김광환 건양대 병원경영학과 교수
김광환 건양대 병원경영학과 교수
인간은 자신의 죽음은 경험할 수 없다. 타인의 죽음을 통해서만 죽음을 배우게 된다. 그렇다면 죽음을 가장 많이 목격하게 되는 사람들은 죽음을 가장 깊이 배우게 될까? 의료현장에서 생과 사를 넘나드는 환자를 자주 대하며 죽음의 최전선에서 있는 그들에게 죽음은 무엇으로 느껴졌을까 궁금하다.

의료현장에서 본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들의 자세는 각양각색이다. 어떠한 인생을 살았든지 간에 죽음의 문턱에서 후회가 남지 않으려면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한 사전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마지막 순간까지 본인의 뜻대로 아름다운 마무리를 하고 싶다면, 평소 질병에 걸리지 않게 건강관리를 충실히 하여야 한다고 역설한다. 말기 만성질환에 의한 죽음은 환자와 가족 모두에게 고통스러우며 웰다잉과는 거리가 먼 마무리를 하게 되기 때문이다.

의료현장의 의사는 해부학 실습생에서 주치의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주검과 죽음을 마주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인생의 회의를 느끼기도 하며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기도 한다. 관계(rapport)형성이 된 환자의 죽음 앞에서는 크나큰 충격과 슬픔,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감정은 의료 과오를 넘어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 과오나 소송에 대한 걱정으로 방어적 진료에 급급한 노력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스트레스를 해소하지 못하거나 몸과 마음이 소진되는 경우도 많다. 대부분의 의사는 환자에 대해 형식적인 진료에만 집중하지 않는다. 의사들도 의사이기 이전에 한 집안의 아들이며 아버지로서 가족의 일원이고 존재적 한계를 극복할 수 없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에도 학습과정이 필요하다. 죽음이 앞에 왔을 때,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죽음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무엇을 하고 싶은가? 마지막 순간까지 존엄하고 인간답게 살다가 죽음을 맞이하고 싶다면, 이를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깊이 고민해 보아야 한다.

누구에게나 죽음은 힘들고 두려운 것이다. 하지만 모든 것을 내려놓는 순간 비로서 편안해지는 것은 아닐까. 또한 죽음을 맞이한 호스피스 환자들은 삶의 마지막 순간에 자존감을 잃지 않도록 돌봄을 받을수 있어야 한다. 살 만한 사회란 바로 죽음의 존엄이 지켜지는 사회라고 생각한다.

의료현장에서 목격되고 경험되는 죽음의 사례들에는 저마다의 사연과 안타까움이 있었다. 그 현장을 지키는 의료종사자들의 고뇌와 숭고한 사명감에 진정한 성원을 보낸다.

김광환(건양대 병원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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