슘페터는 "혁신을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기업가와 자본가라는 상호 의존적인 두 가지 역할이 모두 중요하다"고 했다. 이런 측면에서 국내기술사업화정책의 현주소는 어떠한가. 한 정책연구소의 이슈페이퍼에 따르면, 그동안 정부는 사업화기업 지원이나 인프라 구축 등 기업을 지원한다는 정책을 표방했으나 성과관리가 공공연구기관의 기술이전율이나 연구생산성 위주로 제시되면서 기술사업화 정책의 본질적 목표가 흐려졌다고 보았다.

또한 산업연구원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내기업은 기술사업화 중단 사유로 기술개발 실패 또는 높은 위험부담, 부족한 시장수요, 자금 부족 등의 순으로 답해 금융지원이 부족하다고 조사됐다. 특히, 50인 미만 기업의 경우는 자금 부족이 57.1%로 초기기업에 공급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글로벌 경쟁력은 어떠한가. 2017년 WEF의 글로벌경쟁력리포트에 따르면, 한국은 과학기술과 관련된 기술수용성 항목에서 29위로 2009년 이후 매년 하락하고 있고 금융시장성숙도 항목에서도 74위로 규제와 관련된 제도 항목 58위보다도 낮은 최하위 수준에 머물고 있다.

기술사업화의 주요 주체는 기업이다. 그리고 성과 달성은 기업의 기술사업화 역량과 기술수용성에 절대적으로 의존한다. 따라서 공급자 가 아닌 수요자인 기업 눈높이에 맞는 사업화지원 및 금융 정책이 시행돼야 한다. 특히, 기술금융은 일자리창출 등 가치창출의 주체인 기업의 연구개발, 창업, 제품개발 및 판매 등 혁신의 전주기 과정에서 기술과 함께 꼭 필요하기 때문에 적정 규모이상 투자가 필수이다. 하지만 그동안 기술금융 지원은 약 20조에 달하는 정부연구개발투자에 비해 미약했다.

지난 7월 말 연구개발특구에 국내 최초로 기술사업화 전용펀드가 단계별로 조성됐다. 그동안 연구개발특구는 2006년에 1차펀드 800억, 2012년에 2차펀드 1250억 원으로 펀드를 조성해서 투자했다. 그리고 기술사업화 전용펀드인 3차펀드를 기업성장단계별로 16년에 188억(3-1차), 17년에 501억(3-2차), 올해 7월에 700억 원(3-3차)을 조성해서 투자하고 있다.

특구펀드는 정책 목적인 공공기술사업화와 특구지역 투자 활성화 및 일자리창출에서 탁월한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투자기업의 전체 고용은 투자전 대비 1495명으로 297.7% 증가했다. 특히 창업 3년 이내 기업의 고용은 90.3%나 증가했다. 또한 특구펀드는 대전, 광주, 대구, 부산, 전북 지역에 약 75% 이상을 투자함으로 그동안 수도권 위주의 벤처투자 관행에서 벗어나 지역기반형 모험자본으로 안착중이다. 또한, 기업의 수익가치창출 기여에 따른 펀드의 투자수익률도 압도적이다. 1차펀드 회수수익률이 164.4%로 국내 해산조합의 수익률을 압도적으로 상회하고 있다. 2020년에 해산 예정인 2차펀드도 약 130% 이상의 높은 수익률이 예상된다.

국내 대표적인 혁신클러스터인 연구개발특구는 기술창업 및 벤처성장 여건이 탁월하다. 창업진흥원에 따르면 기술창업기업이 일반 창업기업보다 3배 높은 고용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최근 특구내 연구소기업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연구소기업의 연평균 매출 증가율은 78%. 고용 증가율은 69%로 고성장이다. 또한 2015년 특구통계에 따르면 박사급 인력은 약 3만 8000명으로 전국대비 39.2%, 등록특허는 약 1만 3600건으로 전국대비 13.3%, R&D투자는 약 10조 원으로 전국대비 14.8%를 자치하고 있어 연구개발특구는 과학기술혁명의 보고(寶庫)로 손색이 없다.

4차산업혁명시대, 슘페터가 지적했듯이 과학기술과 기술금융이라는 이 두가지 가치와 힘의 끝없는 부상을 진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특구에 초기기업 투자전용펀드를 더욱 많이 조성할 필요가 있다. 사업화 생태계 못지않게 기술금융생태계 구축이 필요한 것이다. 생태계간 협업과 시너지를 통해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연구개발특구는 과학기술과 기술금융의 콜라보레이션 최적지이다. 박은일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미래전략실장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