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당 근로시간 52시간제 시행을 두고 그 장단점이 세간의 뜨거운 감자가 된 것 같다. 노동관계법에 많은 사항들이 규정돼 있지만 노동법 개정은 근로시간의 역사라 할 수 있다. 1886년 5월 1일 메이데이(May Day)의 유래가 된 미국 시카고 노동자의 시위도 근로시간과 연관돼 있다. 당시 하루 10시간 노동을 하던 미국 노동자들은 하루 8시간 노동을 요구하는 파업시위를 벌였다. 장기간의 시간이 흐른 1938년 미국은 `공정노동기준법`을 제정해 기업의 법정 근로시간을 주당 40시간으로 정했다. 노동법은 크게 개별 근로관계를 규정한 개별적 근로관계와 노동조합과의 관계인 집단적 노사관계로 나누어진다. 1953년 우리나라는 근로기준법 제정과 동시에 주 48시간제를 채택해 시행해 오고 있다. 1987년 민주화 투쟁이후 근로자의 삶의 질 향상과 노동여건 개선이 부각되면서 1989년에는 주 44시간제로 근로시간이 감축됐다. 당시 토요일에 4시간을 근무하는 상황을 일컬어 `반공휴일`이란 용어가 쓰이기도 하던 시절이었다. 지난 2004년부터 2011년까지는 주 5일 근무제를 단계적으로 시행하면서 근로시간은 4시간이 더 줄어 주 40시간 근무제를 채택 시행해 오고 있다. 그러고 보면 48시간제에서 40시간제로 전환해 8시간 근무를 줄이는데 무려 58년이나 걸린 셈이 됐다. 이처럼 법정근로시간이 선진각국과 거의 비슷하게 주 40시간제로 바뀌면서 국민생활도 여러 가지로 많은 변모를 겪게 되었다. 일주일에 거의 한번 쉬던 휴일이 통상 2일로 늘어나며 직장이나 일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나 여가시간이 늘어났다. 그러나 우리나라 근로시간에는 근로자와 사업주가 합의하면 연장근로로 일주일에 12시간을 더 일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여기에 더해 휴일근로도 16시간까지 가능해 결국 주당근로시간은 68시간이나 됐던 것이다.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1인당 연평균 근로시간은 2069시간으로 OECD평균인 1763시간 보다 여전히 306시간이나 많다. 아직은 연장근로와 장시간노동에 따른 국제적 비난이 여전한 것도 사실이다.

지난 7월 1일자로 근로시간은 300인 이상 사업장의 법정근로시간은 주 40시간에 연장근로 12시간을 포함해 주 52시간제로 바뀌었다. 주 52시간제 적용은 기업규모별 단계적 시행으로 2021년 7월부터는 사업장 규모에 관계없이 전면 시행토록 개정됐다. 주 52시간제는 아직 제도 시행 초기 단계로 제도 개선 효과에 대해 노사가 처해진 상황에 따라 다른 해석이 나오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에 따라 아침밥을 먹고 여유롭게 출근할 수 있고 자녀들의 등교 준비를 챙겨 줄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어느 직장인들은 단축된 근무에 이른바 `워라밸`이 길어졌다고 좋아하고 있다. 그러나 또 다른 한편에서는 저임금 근로자의 임금감소와 중소영세 기업의 비용이 너무 증가해 감당 못할 정도라 우려의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기업들은 개별 근로의 영역에서 사업주와 근로자의 근로시간 계약은 사적자치의 영역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정부가 주 52시간제로 전환한 정책목표는 근로시간을 단축해 궁극적으로 근로자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고 행복지수를 넓히는데 있을 것이다. 또한 잡 셰어링(Job Sharing)이라는 측면에서 일자리를 창출해보고자 하는 고육지책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주 44시간제에서 주 40시간제로 근로시간이 단축됐을 때와 단축사유와 사정은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다만, 이전과 달라진 점은 `일과 삶의 균형(워라밸)`이라는 세태적 트렌드가 더욱 부각된 점이다. 그럼에도 기업들은 기업대로 제도 시행에 맞춰 많은 준비를 했으나 여전히 불만이 있고 근로자는 근로자대로 임금만 줄고 업무는 그대로라는 볼멘소리가 있다. 정부도 이미 제도 시행 후 주 52시간제 특례업종에 대해 유연한 입장을 보여 추가로 제도보완을 할 움직임도 있는 듯 하다. 흔히 노동관계법 개정은 헌법 개정보다 더 어렵다는 말들을 하곤 한다. 모쪼록 14년 여 만에 개정 단축된 근로시간제도가 사업주 및 근로자가 모두 만족하는 제도로 정착돼 진정한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릴 수 있는 날이 되기를 꿈꾸어 본다.

전용석 농협중앙회 대전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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