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점수 예측·최저학력 기준 실수 없어야

몇 십 년 만의 더위, 백여 년 만의 폭염이라는 뉴스가 연일 신문 지상에 등장하지만, 대학 입시를 눈앞에 두고 있는 고등학교 3학년 학생과 학부모는 그 더위보다 더 뜨거운 열정을 불태우는 시기다.

현 대학 입시 구조에서 정시는 재학생에게 패자부활전이다. 따라서 현 고3 학생들은 일단 수시에 집중해야 한다. 방학이 끝나기 전에 수시 지원 전략을 완성하고, 자기소개서도 마무리를 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학생들은 자신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할 필요가 있다. 3가지 위치 파악이 필요하다. 수능 예상 점수, 학교생활기록부 비교과 영역의 경쟁력, 대학별 고사의 적합성이다. 이를 토대로 전형을 설계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학생부 교과 전형과 논술(적성) 전형은 `대학`을 먼저 결정해야 한다. 반면 학생부 종합전형과 특기자(실기) 전형은 `학과`가 우선이다.

교과 전형을 준비하면서 몇 학과를 제외하고 나면, 특정 학과를 고집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경쟁률, 수능 최저학력 조건, 지난해 입시 결과를 토대로 합격 가능성에 염두를 둬야 한다. 반면에 종합 전형의 경우 단순히 작년 입시 결과만을 토대로 지원 학과를 변경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자기소개서의 완성도와 면접에 어려움이 있다. 논술(적성)은 또 다른 특성이 있다. 논술(적성)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논술 유형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유형의 대학을 선택하는 것이다.

이 중 재학생들이 가장 많이 실수하는 것이 수능 점수 예측이다. 작열하는 태양보다 더 뜨겁게 공부하는 모습을 생각하면 당연히 성적이 오를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러나 한 발 떨어져서 보면, 나만 그렇게 열정을 태우는 것은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3월 모의고사에 응시하지 않았던 13만 명의 졸업생이 수능에 응시한다는 사실이다. 6만 명은 9월 모의고사까지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반면에 3월과 6월 모의고사에 응시했던 재학생 중 5만 명은 수능 시험장에 나타나지 않는다. 전체 수능 응시생이 53만 정도인 2018학년도를 기준으로 생각하면 실제 수능에서 어떤 점수 변화가 나타날지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전체 수능 응시생 중 졸업생의 비율은 22% 내외다. 그러나 졸업생의 1등급 비율은 수능 수학 가에서 49%, 과학탐구에서 46% 정도다. 3등급의 경우에도 수학 가는 42%, 과학탐구는 46% 정도로 집계됐다. 일부 통계에 의하면, 3월 모의고사에서 백분위 평균이 70점 이상인 학생들의 수능 백분위는 평균 5점 떨어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수능 점수에 대한 예측 실패는 일차적으로 수시 지원 상향 현상을 초래한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수능최저학력기준 충족여부다. 매년 수능최저학력기준이 있는 전형에서 절반 이상의 학생들이 조건 충족을 하지 못한다. 수능최저학력기준이 있는 학생부 교과 전형의 경우, 합격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내신 성적이 아니라 수능 최저학력기준 충족이다. 대전 지역 대학의 경우에도 교과 전형 합격자 내신 성적을 보면, 생각보다 매우 낮은 합격 사례가 많았다. 이는 전적으로 경쟁률과 수능 최저 때문이다.

입시는 현실이다. 원하는 것과 할 수 있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 농담처럼 우리나라 입시에서 웃는 사람은 서울대 의대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간 사람뿐이라고 한다. 욕심은 끝이 없다.

대학은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새로운 출발선이다. 그러나 더는 어떤 것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어떤 대학에 진학하든, 어떤 학과에 진학하든 본인이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려있고 점점 더 크게 열리고 있다. 입시 현실은 받아들여야 하지만, 입시는 입시일뿐이라는 사실도 기억해야 한다.

무더운 여름의 열기를 꺾는 고3 학생들의 열정 자체가 귀하고 아름답다. 건승을 기원한다.

이진회 대신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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