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정차된 남의 차량을 훼손하고 도주하는 `차량 뺑소니` 처벌이 강화됐지만 여전히 `민원성 발생 사고`로 인지하는 경찰의 안일한 대처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지난 해 6월 개정된 도로교통법에는 주·정차된 차량을 손괴하는 교통사고 발생 후 인적사항을 제공하지 않으면 처벌된다는 규정이 적용됐다. 연락처 등 인적 사항을 제공하지 않고 현장을 이탈할 경우 2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게 된다.

그러나 일선 경찰에서는 `차량 물적 피해 도주` 신고가 접수돼도 피해자에 증거 확보를 요청하는 등 미온적 대처에 나서면서 시민 항의를 받고 있다.

최근 주차했던 자차를 훼손당한 이 모(30·대전 유성구)씨는 `차량 물적 피해 도주`를 관할 경찰에 신고했지만 "잡기 어렵다"는 말을 듣고 귀를 의심했다.

이 씨는 "주차된 차가 긁히는 차량 뺑소니를 당해 바로 경찰에 신고했는데 `잡기 어렵다`는 말부터 하더라"면서 "민감도가 미미해 블랙박스에 녹화되지 않아 용의차량을 확인하려면 직접 차량이 주차된 인근 지역 건물에 가서 CCTV를 확인해 오라고 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결국 이 씨는 주차된 차량이 훼손된 지역을 발품을 팔아 일일히 확인한 다음 특정지을 수 있었고, 근처의 건물을 찾아 CCTV로 용의 차량 후보를 특정지어 경찰에 전달한 후에야 경찰의 협조를 받을 수 있었다.

이 씨는 "단순한 물적 피해이고, 인적 피해가 아니기 때문에 관심을 안 갖더라"며 "목 마른 자가 우물을 판다는 얘기처럼 용의 차량을 확인하는 데 개인적으로 나서야했다. 수리하고 검거되면 보험 구상권청구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5일 대전경찰에 따르면 올해 지난 달 말까지 발생한 차량물적 피해도주 교통사고는 신고 건수는 3826건이다. 그러나 검거율은 20% 정도에 불과하다.

경찰 관계자는 "매일 신고 접수되는 발생 사고의 절반이 차량 물적 피해 도주 건"이라면서 "피해자에 CCTV 영상 확보를 요청한 것은 지리적으로 잘 아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수사에 속도를 낼 수 있도록 협조차원에서 부탁한 것으로 입장차가 있다 보니 오해가 발생하는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어 관계자는 "타인의 차량을 훼손하고 그대로 도주하는 악질적 범죄를 바로잡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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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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