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의 작은 마을 플랜더스를 배경으로 넬로와 파트라슈 사이의 애정을 그린 플랜더스의 개는 사람과 동물사이의 따뜻한 교감을 그린 인간적이며 동심의 세계를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작품으로 평가 받는다. 이 소설에서 파트라슈는 원래 주인으로부터 학대 받고 구타당해 기절한채로 숲속에 버려진 것을 넬로의 정성어린 치료와 도움으로 목숨을 구하고 가족처럼 함께 생활하게 된다.

얼마 전 대구 팔공산 기슭에 위치한 버려진 반려 동물들을 보호하는 한나네 보호소의 폐쇄를 막아달라는 국민 청원이 20만 명을 넘어 청와대의 공식 답변을 받아내었다. 이 보호소는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보호소가 아닌 개인이 운영하는 사설 보호소로 주변으로부터 소음과 악취로 민원이 잦았고 결국 가축분뇨처리 시설 미비로 사용중지 처분이 내려졌었다. 결국 유기 동물의 보호시설은 가축분뇨법상 배출시설이 아니라는 환경부의 유권해석에 따라 사용중지 명령이 철회될 방침이다. 하지만 아직은 미완의 해결책이다. 주변의 냄새와 소음 및 환경오염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고 사설보호소에 대한 법적인 기준조차도 없으며 개인이 감당하기엔 그 수를 너무 많아 지속적인 운영은 어려워 보인다. 지자체가 운영하는 공공 보호소 및 현대적인 시설의 갖춘 보호소의 확대가 절실한 실정이다.

2015년 대전시는 기존의 낙후된 동물보호센터를 확장 이전하고 여기에 유기 동물 보호시설과 입양활성화를 위한 훈련센터와 입양지원센터를 포함한 플랜더스 파크 조성 계획을 발표 한 바 있다. 계획에 따르면 플랜더스 파크는 2021년을 목표로 유성구 금고동을 최적지로 선정하고 약 3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유기 동물 보호센터 뿐 아니라 반려동물 가족을 위한 전용공원과 반련동물 행동교정을 위한 시설, 에(펫)티켓 교육시설, 동물 놀이터, 반려동물 장례식장 등을 포함한 명실상부한 중부권 최고의 반려동물 테마 파크를 조성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워 진행해 오고 있다. 플랜더스 파크 조성사업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신축 이전 부지사용에 대한 동의안이 대전시의회 해당 상임위에서 부결 된 적도 있었으며, 금고동 이전을 반대하는 지역 주민들의 반발도 있었다. 국비 예산의 확보문제도 걸림돌 이었으며 국토부의 금고동 지역의 개발제한구역 관리 계획 변경 문제도 남아있어 완전히 어려움이 해결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사업이 진행되면서 지역주민의 반발과 예산 문제로 유기 동물 보호센터와 장례식장의 규모가 축소되거나 제외될 위기에 처한 것으로 보인다. 반려 동물 인구는 계속 늘어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유기 동물의 수와 장례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 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전에서 버려지는 유기동물 수는 이미 인구대비 전국 최고 수준이다. 유기 동물의 수요를 감당하고 제대로 된 시스템을 갖춘 선진 동물 보호 시설이 절실하다. 빠른 테마파크의 조성도 중요하지만 제대로 된 테마파크의 조성이 더 중요해 보인다.

현재 중부권에는 동물보호센터, 반려동물 공원 및 놀이터 등 반려동물 관련시설이 통합적으로 설치되어 있는 지차체가 없다. 제대로 된 반려동물 파크가 조성되어 반려동물 애호인과 비애인과의 사회적 갈등도 해소하고 동물들의 야외활동도 보장하여 생명 존중의 효과가 극대화 될 수 있길 바라며, 대전에도 파트라슈가 뛰어 노는 아름다운 플랜더스 파크의 꿈이 조속히 이루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정주영(충남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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