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주류세력이 교체되어야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 수 있다는 신념이다. 정권이 교체된 것은 넒은 의미에서 주류 세력이 교체된 것이다. 그런데 정권을 잡은 세력이 권력을 이용해 사회 주류 세력을 교체하겠다는 것은 자칫 권력의 오만으로 비칠 수 있다. 최근 정부는 야당 인사를 장관에 임명하는 협치 내각을 제안했다. 국민통합을 이루고 국회에서 야당의 협력을 끌어내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그런데 한손엔 적폐청산을 통한 보수 주류세력 교체, 다른 한손에 야당과의 협치를 내 세우면 꼼수라는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주류 세력이 교체되지 않아서 경제가 회복되지 않고 혁신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주장은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다. 주류 세력은 권력이 아니라 선거를 통해 국민만이 교체할 수 있다.
셋째, 대통령 친정체제가 구축되어야 국정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사고다. 그 일환으로 집권 초기부터 총리와 내각 대신 청와대가 정치의 중심이 되었다. 최근 청와대는 국민홍보, 정책 조정, 연설 기획 등을 신설하는 조직 개편안을 발표했다. 정부 각 부처의 정책과 홍보에 대한 청와대의 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청와대가 모든 현안을 챙기는 만기친람의 행태를 보일 때 역설적으로 국정 효율성은 떨어진다. 5년 단임 대통령제 국가인 대한민국에서는 경험적으로 입증된 법칙이 있다. 새 정부 출범이후 1년 6개월 동안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내놓지 못하면 기대가 실망으로 변하고, 그 실망이 분노를 넘어 혐오로 치달으면 민심이 폭발한다. 올 연말까지 정부는 소득주도 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대한 가시적인 성과를 내놓아야 한다. 대통령이 열심히 일하고 정책 목표가 시대정신을 반영하기 때문에 시간이 흐르면 정책 효과가 나타나고 국민들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것이라는 기대는 착각이다. 한국 경제가 장기 침체 국면에 빠지지 않고 국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통령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이젠 경제 정책 핵심 기조를 소득주도 성장에서 혁신 성장으로 전환하고, 이념적 양극화를 가져 올 수 있는 주류 세력 교체론에서 벗어나고, 총리와 내각에게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는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대통령이 적기에 정부의 잘못된 인식을 바꾸지 않으면 경제는 휘청거리고, 협치는 사라지며, 민심도 크게 이반될 수 있음을 깊이 깨달아야 한다. 정치는 타이밍의 예술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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