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인랑

워너브라더스가 배급한 여섯번째 한국영화 `인랑`의 개봉소식은 워너브라더스의 전작 `마녀`에 이어 수많은 국내 관객들의 관심을 샀다.

신인배우를 주연으로 내세웠던 마녀가 318만이라는 기록을 세우며 주목을 받은 만큼 김지운 감독과 정우성, 강동원, 한효주, 김무열, 한예리 등 화려한 캐스팅으로 무장한 인랑의 등장은 개봉 전부터 영화계 최대 이슈였다.

인랑은 동북아 정세가 요동치는 가운데 중국과 일본 사이 영토 분쟁이 끊이지 않는 등 전운이 감돌자, 강대국들의 이해관계 속에서 자존을 위해 남북한이 통일 준비 5개년 계획을 선포한다는 가장 한국적인 설정으로 시작된다. 통일 한국이 아시아의 신흥 강자로 부상할 것을 경계하는 중국, 일본, 미국, 러시아 등 주변 강대국의 무역 봉쇄와 원유 수입제한 등의 경제 제재로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가 뿌리부터 흔들리고, 민생은 최악으로 치닫는다. 이로 인해 반통일의 선봉에 선 무장 테러단체 `섹트`가 활약하고, 이에 맞서 대통령 직속으로 강력한 무장력을 갖춘 새로운 경찰조직인 `특기대`가 정국의 주도권을 장악하며 새로운 권력 기관으로 등장한다. 분단 체제 하에서 공고하게 권력의 핵심에 머물렀던 정보기관 `공안부`는 입지가 좁아지자 `특기대` 말살을 위한 음모를 꾸미고, 세 세력 사이의 숨막히는 전쟁과 대결이 벌어지는 이 세계는 살아남기 위해서는 인간이 아닌 짐승이 되기를 강요하는 혼돈의 시대다. 곳곳에서 테러가 벌어지고, 권력기관들끼리 서로를 공격하는 극도의 불안 속에서 이 영화의 인물들은 누구도 믿을 수 없고 한 치 앞의 생사 또한 알 수 없는 긴장감 넘치는 시간을 이어간다.

하지만 이 영화는 `통일 후 혼돈의 한반도`라는 시대적 배경과 SF장르라는 매력적인 조합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에게 적잖은 실망감을 안겼다.

영화 도입부는 반정부 테러리스트 단체 `섹트`에서 폭탄을 운반하는 한 소녀의 등장으로 시작된다. 섹트를 소탕하는 특기대 슈트를 입은 임중경의 등장과 소녀의 충격적인 죽음은 관객을 영화 속으로 충분히 끌어당겼다. 하지만 임중경 앞에 이윤희가 등장하면서부터 영화의 스토리 전개에 의문이 들기 시작한다. 이윤희과 임중경이 서로에 대한 감정을 느끼는 장면들은 관객들이 공감하기엔 다소 빠르고 억지스럽다.

또 임중경이 왜 인랑이 되었는지, 그가 왜 인간의 탈을 쓴 늑대인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 관객들이 영화를 보기전 기대했던 인간의 길과 짐승의 길 사이에서 고민하는 임중경의 내적 갈등도 크게 나타나지 않았다.

영화가 클라이맥스로 향하면서 총알도 튕겨져 나가는 강한 슈트를 입은 임중경에 맞서는 공안부 한상우와 그 요원들의 허술한 무장수준은 거대한 지하수로 전투장면의 긴장감을 떨어트렸다. 만화에서 나온 듯 한 배우들의 비주얼과 빨강망토 이야기를 접목시킨 감독의 신선한 미장센을 따라가지 못했던 다소 불친절한 영화의 스토리 전개가 아쉬움으로 남는 작품이다. 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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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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