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승미의 독립영화 읽기

스톡홀름 현대미술관 앞 광장에서 공사 인부가 바닥을 가르고 땅을 다져 가로 4미터, 세로 4미터의 작은 사각형을 그려낸다. 잠시 후 그 옆으로 하나의 텍스트가 놓인다. "`더 스퀘어`는 신뢰와 배려의 성역으로 이 안에서는 모두 동등한 권리와 의무가 있다." 이 작은 사각형은 텍스트가 설명함으로써 예술이 되었다. 그리고 미술관은 두 개의 재단에서 500만 크로나의 기금을 받는다. 그렇기에 수석 큐레이터인 크리스티안은 이 전시를 성공적으로 이끌어야 하지만 어느날 닥친 작은 사건 하나로 인해 연달아 불운이 찾아오며 자꾸만 일이 꼬여간다.

크리스티안은 예술품들의 의도를 통해 타인에게는 서로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모두는 동등한 권리와 의무를 가져야 한다고 말하지만 현실에서는 무감각하게 행동으로 옮기지는 않는다. 그는 출근길에서 1크로나만 달라거나 생명을 지켜달라는 이들의 외침에 무심히 그 앞을 지나가고, 자신이 잃어버린 핸드폰과 지갑을 찾기 위해 의심되는 이민자들의 아파트에 무차별적으로 협박편지를 보낸다. 아니면 자신이 매우 기쁠 때 생색을 내듯 빈민들에게 돈을 건네기도 한다. 나중에는 수석 큐레이터라는 직함의 명예를 의식하여 하급 직원을 자신의 사적인 일에 이용하기도 한다. 영화의 초반 그의 뒤에서 으르렁대는 모습의 흉폭한 남자는 오히려 순수한 그의 모습과도 같다. 이렇듯 그의 가면성은 그를 점차 몰락시킨다.

감독은 아무것도 아닐 작은 사각형이 `더 스퀘어`라는 작품으로 변화하고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는 과정과 주인공이 겪는 사건들을 아우르며 현대의 예술 시스템과 사회라는 틀이 갖는 욕망과 허울을 관객들에게 마주시킨다. 특히 크리스티안이 처한 환경이 어려워질수록 현관의 창문이나 그의 뒤로 보이는 출입문, 오르고 내리는 사각 나선형의 계단 등으로 표현되는 `더 스퀘어`에 갇힌 인물의 이미지, 그리고 아이의 울음소리, 반복되는 BGM,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도와달라는 음성이 만들어내는 사운드에 의해 주제의식이 영화적으로 치밀하게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영화적 재미와 함께 허위로 가득 찬 인물들이 겪는 서사적 유쾌함이 왠지 모르게 씁쓸하게 느껴진다. 장승미 대전아트시네마 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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