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다음으로 흔하게 볼 수 있는 동물은 해표이다. 특히, 웨델해표가 기지주변에 가장 흔히 나타는데 윤기 나는 털과 동그란 얼굴에 크고 검은 눈을 가지고 있어 귀엽게 생겼다. 몸길이는 보통 2.5-3m 정도로 다른 해표들 보다는 좀 작고 비교적 온순한 편이다. 다음으로 유빙 위에서 휴식을 취하는 모습이 자주 관찰되는 표범해표로서 수컷이 보통 2.8-3.3m, 암컷은 3.8-4.5m로 길고 날씬하며 파충류의 머리를 닮았다. 호기심이 많아서 해양채집을 하는 고무보트를 따라오기도 하고, 잠수부를 공격하기도 해서 잠수 할 때는 항상 표범해표가 나타나는지 지켜봐야 한다. 기지에서 좀 떨어진 해안가에서 휴식을 취하는 모습이 가끔 목격되는 남방코끼리 해표는 몸집이 커서 수컷은 4.5~6.5m나 된다. 세종기지 주변에서는 주로 암컷이 눈에 띈다. 겨울로 접어들면 남극물개도 보이기 시작하는데, 길이는 수컷은 1.9m 암컷은 1.2m 정도이며, 해표에 비해 앞 지느러미가 발달해 육상에서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
기지 주변에는 새도 흔히 목격되데, 여름에 가장 자주 눈에 띄는 것은 남극 도둑갈매기이다. 대부분 연한 갈색이며 세종기지 인근 담수호에 서 많은 개체가 서식하며 조개나 갑각류 등을 먹고산다. 비슷한 종류로 갈색도둑갈매기는 색이 남극도둑갈매기보다 더 짙고 펭귄마을 근처에 서식하며 펭귄의 사체나 어린새끼, 펭귄의 알 등을 먹고산다. 도둑갈매기들은 번식기에는 매우 사나워서 사람들이 모르고 둥지에 접근하면 하늘로 날아올라 머리를 치며 공격하기도 한다. 기지에서 펭귄마을로 가다보면 남방큰풀마갈매기의 서식지가 있는데, 세종기지 주변의 비행 조류 중 가장 커서 길이는 85-100cm, 날개를 펴면 150-210cm에 육박하기도 한다. 겨울이 되면 기지근처에 있던 도둑갈매기들이 다른 곳으로 이동하고 대신 칼집부리물떼새가 빈자리를 채우는데, 이새는 흰색으로 비둘기와 유사하게 머리를 앞뒤로 움직인다. 새 뿐 아니라 운이 좋으면 기지앞에 가끔 출현하는 혹등고래를 볼 수 있는데, 몸길이는 11-19m에 달하고 주로 2-4마리가 동시에 이동하며 물줄기를 뿜거나 바다위로 점프를 하기도 한다. 남극은 눈으로 덮인 척박한 땅이지만 이런 환경에서도 번식하며 살아가는 생물들을 보며 생명의 신비로움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김성중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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