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편지]김숨 지음·현대문학·310쪽·1만 3000원
만주의 낙원위안소에 살고 있는 열다섯 살의 일본군 위안부 소녀 `나`는 열세 살 때 중국으로 끌려왔다. 그 곳 낙원위안소에는 취직시켜준다는 말에 속아, 일본 군인에게 납치를 당해, 직업소개소로부터 사기를 당해, 부모나 양부모가 팔아넘겨서 위안소까지 오게 된 10여 명의 조선인 위안부들이 함께 생활하고 있다. 온갖 악취가 진동을 하는 위안소에서 꽁보리밥에 단무지, 건더기라고는 없는 묽은 된장국으로 연명하며 날마다 몇십 명씩의 일본 군인들에게 처참하게 시달리는 조선인 위안부들. 그중에는 죽은 아기를 낳은 위안부, 아기를 낳자마자 빼앗긴 위안부, 남에게 갓 태어난 아기를 건네준 위안부, 아기를 낳지 못하고 임신한 채로 죽은 위안부들도 있다. 생명이라고는 존재할 수 없는 위안소에서 생명을 품게 된 소녀 나는 가장 보고 싶은 사람인 어머니를 향해 날마다 흐르는 강물 위에 편지를 쓴다.
"어머니, 나는 아기를 가졌어요. 어머니, 나는 아기가 죽어버리기를 빌어요. 눈동자가 생기기 전에……. 심장이 생기기 전에……."
열세 살이라는 어린 나이 때부터 끔찍한 폭력에 노출되어온 주인공의 절망적인 목소리는 저자의 위안부 문제의 참담함을 보다 구체적이고 입체적으로 전달한다. 설명하고 전달할 수 없는 것을 기어코 이야기해 상상을 초월하는 타인의 고통을, 절대로 이해 불가능한 이해를 진실로 이해하려는 끈질긴 시도가 이 책에 담긴 것이다.
글을 읽고 쓸 줄도 모르는 소녀가 써 내려가는 절절한 편지글 속에서 생명의 존엄이라는 문제를 부상시켜 작가가 피력하고자 하는 `살아남은` 사람들을 향한 귀중한 문학적 바람과 의지를 읽을 수 있다.
김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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