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태어나면 처음에는 목을 가누고, 이어 뒤집기를 한다. 조금 더 지나면 배밀이를 하고 돌이 될 즈음이면 첫 번째 발걸음을 뗀다. 모든 과정이 기적이다. 바라보고 있는 엄마에게는 하루하루 작은 변화가 기적이지만, 해부학을 가르치는 의공학자의 눈으로 보아도 기적이다. 어쩌면 그토록 작은 뼈와 근육, 건, 인대, 신경조직을 가지고 그 엄청난 일들을 해내는 것일까? 현대 과학이 발전해 달에 갔고, 화성을 실시간으로 바라보고 있지만, 한 살짜리 아이의 몸뚱이만한 공간에 어떤 장치를 꾸며대도 인간아기가 가지는 움직임을 흉내 낼 수는 없다. 로봇 기술이 발전하고 있으니 몇십년 안에는 가능할 일로 되겠지만 아기 몸의 발달은 참으로 경이롭다.

우리 몸에는 근육이 많다. 대략 650개나 된다. 이렇게 많으니 한 두 놈 일 안하는 녀석들이 있을 법도 한데, 실제 노는 녀석이나 필요 없는 근육은 없다. 걷고, 달리게 할 수 있는 큰 근육부터, 섬세한 동작을 담당하는 작은 근육들까지 모든 근육은 주어진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다. 어른근육이 하는 일이 아기 몸속에서도 똑 같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눈에 보이는 발달은 태어나면서 시작된다. 기적도 그때 이미 시작된다.

최근에 여러 신문에 공통적으로 `기적`을 다룬 기사가 하나 있다. 7월 12일 기사라서 한번 더 살펴보자.

`300 g 기적`. 2018년 1월에 엄마 뱃속에서 6개월 만에 초미숙아가 302 g으로 태어났다. 최소한 37주 이상 뱃속에 있어야 하는데, 이 아이는 24주만에 태났다. 국내에서도 드물고, 세계적으로도 400 g 이하의 미숙아가 살아난 것은 기적이다. 1㎏ 미만의 `이른둥이`들은 장기(호흡, 위장, 신경, 면역)들이 모두 미성숙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뉴스들은 "1%의 생존율을 뚫고 169일간 신생아 집중 치료 후 건강하게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는 기적에 온통 집중이 돼 있었다.

필자는 뉴스를 보다가 신데렐라 이야기가 연상이 됐다. 왕자와 결혼한 신데렐라는 과연 그 뒤에 어떻게 됐을까? 옛날이야기는 늘 이렇게 끝난다. "그들은 오래도록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이른둥이는 `37주 미만의 출생아`, 혹은 `출생시 2.5㎏ 미만의 출생아`로 정의되며 대부분 출생 시 2.5㎏ 미만으로 태어난다. 해마다 얼마나 많은 이른둥이가 태어날까? 20년보다 저체중 미숙아는 2배, 개월수 미숙아는 4배로 늘고 있다. 전체 7.2%가 37주 미만의 이른둥이들이다(2016년). 숫자로 보면 작년 태어난 40만 명의 아기들 중에서 3만명 가량의 아이들이 이른둥이인 셈이다. 적지않은 숫자다. 이 아이들은 "오래도록 건강하게 잘 자랐답니다" 라고 할 수 있을까? 아니다. 통계적으로 1㎏ 미만으로 태어난 경우 40%의 확률로 장애가 올 수 있다. 아이가 뱃속에서 정상적으로 발달돼야 할 근육과 신경계가 일찍 나오면서 잘못된 발달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뱃속에서 엄마 배를 발로차고 자주 움직이는 것도 모두 올바른 발달의 단계이다. 문제는 이른둥이의 장애가 성장하면서 더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따라서 조기에 부모교육과 영유아 발달의 기초를 이루는 운동발달 훈련이 매우 필요하다. 이른둥이의 발달은 부모와 아이가 쌍으로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앞에서 기적을 이룬 초미숙아 사랑이가 다시 40%의 기적을 뚫고 바른 근육발달과 성장으로 잘 자라기를 간절히 바란다. 다만, 아이의 기적이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나라에서 이른둥이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함께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기적은 사라질 것이다. "사랑이가 정상으로 잘 자랐답니다"는 염원이 아니라 관심과 시스템 속에서 이루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저출산, 고령산모, 조산율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른둥이의 잘못된 운동발달은 어쩌면 사회가 만들고 있을지 모른다. 꾸준한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임현균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의료융합표준센터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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