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칼럼] 위장약 ②

위장병은 위 안쪽의 위점막이 붉게 붓는 위염과 위점막이 허는 위궤양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이는 대개 위가 어떤 자극을 자꾸 받아서 생기는데, 주로 제산제나 위산 분비 억제제 등을 투여해 증상을 가라앉히거나 치료하게 된다. 그러면 이런 약은 머리 아플 때 진통제 먹듯이 속이 쓰릴 때 아무 약이나 먹어도 되는 걸까. 제산제는 알칼리성을 나타내는 약으로, 위산의 산성을 중화시켜 자극성을 줄이는 약이다. 제산제에는 짜 먹는 것, 씹어 먹는 것, 삼키는 것 등이 있는데, 속 쓰림, 위통 등을 빨리 가라앉힐 수 있다.

제산제에는 알루미늄, 마그네슘 등 금속 이온이 들어 있다. 알루미늄 이온은 변비를 일으키기 쉽고, 마그네슘 이온은 설사를 일으키기 쉽다. 제산제를 먹어 위 안의 산성이 약해지면(pH가 높아지면) 미네랄 성분이 짤 녹지 못해서 흡수에 방해를 받으므로, 철분제(빈혈약)나 칼슘제(골다공증약) 등의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알루미늄 이온이 들어있는 제산제를 오렌지주스 등 산성 음료와 삼키면 알루미늄 이온이 뇌로 들어가 치매를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위가 아닌 장에서 녹아야 하는 약(장용성 제제)을 제산제와 같이 먹으면 약이 위에서 미리 녹을 수 있어 같이 먹으면 안 된다. 이런 장용성 제제의 약에는 변비약, 소화제, 유산균약, 위산 생성 억제제 등이 있으며 이외에도 많기 때문에 약사의 복약 지도를 잘 들어야 한다.

제산제와 같이 먹으면 안 되는 약은 제산제와 2시간 이상 간격을 두고 복용해야 한다. 위산분비 억제제는 위산을 덜 나오게 해서 위 자극을 줄여 위벽의 상처가 아물 시간을 주는 약이다. 이런 위산분비 억제제는 산성이 강할 때 효과가 더 좋으므로 제산제와 같이 먹지 않아야 한다. 위산분비 억제제와 짜 먹는 제산제 종류가 같이 처방되기도 하는데, 위산 분비 억제제는 때마다 시간 맞춰 먹고 약을 먹는 중간에 속이 쓰리거나 아플 때 짜 먹는 제산제를 먹는 것이 올바른 복용법이다.

위장병을 고치는 것은 겨울에 호수에 얼음이 얼게 하는 것과 비슷하다. 겨울이면 호수는 자연히 언다. 그런데 호수에 자꾸 돌을 던지면 얼음이 얼지 못하고, 생긴 얼음도 깨질 것이다. 그러나 돌을 던지지 못하게 하거나 돌을 솜으로 바꾸면 잘 얼 것이다. 이때 돌을 던지지 못하게 하는 것은 위산분비 억제제나 위산 생성 억제제로, 돌을 솜으로 바꾸는 것은 제산제로 각각 비유할 수 있다. 살얼음은 얼음처럼 보여도 살짝만 건드려도 쉽게 깨진다. 마찬가지로 위장약을 며칠 먹으면 속이 편해지기도 하는데, 이런 것은 환부가 살짝 회복된 것일 수 있다. 이때 주의하지 않으면 위장병은 금방 도지며 속이 다시 쓰릴 수 있다. 얼음이 제대로 얼려면 얼음이 두껍고 단단해질 때까지 기다려야 하듯, 상한 위벽이 온전하게 회복되려면 지난번에 쓴 것처럼 생활습관을 고쳐야 한다. 음주나 어떤 이유로 갑자기 속이 쓰릴 때 위산 분비 억제제나 위산 생성 억제제를 먹어도 되나, 그런 용도로는 `가성비`가 좋지 않다. 속 쓰림 등 증상이 자꾸 재발한다면 약만 먹으며 지내지 말고, 정밀한 진찰을 받아야 한다. 정일영 십자약국 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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