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칼럼] 산삼

지금은 거의 없지만 가끔 한의원에 산삼이라고 가지고 와서 몇 년산이며, 가격은 얼마정도 하느냐고 물어보는 환자가 있다. 산삼은 귀하고 고가라는 인식이 강한 데, 역사적으로 보면 우리나라에서 산삼은 발해 시대부터 나온 것 같다. 발해의 지리적 여건상 특별한 생산물이 없는데 경제적 풍요를 누린 것을 보면 산삼의 역할이 컸다고 추측되고 있다. 물론 삼국시대에도 산삼은 중요한 교역상품이었으며 고려시대에도 산삼 채취가 활발했고 문헌으로도 남아있다. 때문에 우리나라 대외 무역품은 의심할 것 없이 산삼이 일등이었다. 심지어는 사신에게 인삼을 주고 중국에 가서 팔아 경비에 사용하라고 했는데 이것이 국사책에 나오는 `팔포 무역`이다.

산삼은 공룡시대의 식물로서 단일 DNA다. 인간의 탄생하기 훨씬 전부터 지구에 나타났기 때문에 수 많은 세월 동안 악조건을 견디고, 다른 동식물들이 멸종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지금까지 살아남은 식물이다.

오래된 산삼이나 산에 심은 장뇌나 재배한 인삼이나 간단하게 화분에서 재배한 수경 인삼이나 DNA가 같기 때문에 객관적인 구별이 불가능 하다. 산삼은 DNA 구별이 불가능 하므로 다른 여러 가지 방법을 사용하지만 확실하지는 않다.

그나마 가장 객관적인 구별법은 뇌두이다. 뇌두의 개수로 나이를 구별하는데, 문제는 이마저도 100% 정확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뇌두는 기온의 변화로 인한 성장요소의 변화로 인해 생기기 때문이다. 산삼이나 인삼의 가치판단은 외형보다는 맛과 향이다. 맛과 향은 객관화하기가 힘들지만 어떤 구별법보다도 정확하다. 앞으로 맛과 향을 객관화하는 방법이 나온다면 산삼과 인삼의 가치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산삼과 인삼이 서로 호환되는 시간은 100년 정도로 보고 있다. 인삼의 씨앗을 자연에 뿌려서 산삼으로 되는 시간과 산삼의 씨앗을 인삼처럼 관리해 인삼이 되는 시간은 약 100년이 될 것이라는 말이다.

물론 양자의 생존율에는 엄청 차이가 날것이며 인삼 씨앗 천개를 자연에 뿌리면 몇 대에 거쳐서 산삼이 될 확률은 1-2개도 힘들 수 있다. 심마니들 말을 들어보면 화전민들이 인삼 농사를 짓던 근처에서 많은 산삼이 발견되기도 한다고 하는데 이는 인삼이 산삼으로 변화하는 것이다.

산삼, 인삼, 장뇌, 산양산삼은 씨앗은 같고 자라는 환경에 따라서 결과물이 달라질 뿐이다. 생존이 힘들다고 생각하면 뿌리를 최대한 길게 뻗어서 양분을 흡수하며 최악의 경우에는 자기몸통을 파먹으면서 악착까지 살아남는다. 그것이 산삼이다. 구원회<구원회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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