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기립성 저혈압

최유정 을지대병원 심장내과 교수.
최유정 을지대병원 심장내과 교수.
주부 박모씨(52)는 갑자기 일어설 때 머리가 핑 하고 도는 느낌을 자주 받아왔다. 단순히 빈혈이겠거니 생각해 철분제만 복용해온 박씨다. 하지만 비슷한 증상을 가지고 있던 주변 지인이 `기립성 저혈압` 진단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병원을 찾았다. 결국 박씨는 의사로부터 기립성 저혈압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이처럼 앉았다 일어나거나, 누웠다 일어날 때 어지러움을 느껴 멈칫하거나 속이 메스껍다고 느낀다면 빈혈이 아닌 기립성 저혈압을 의심해 봐야 한다.

◇저혈압은 심혈관계 질환, 빈혈은 혈액계 질환= 고혈압과 달리 저혈압은 어느 정도 이하의 혈압이라고 정확히 규정은 할 수 없지만, 일반적으로 수축기 혈압이 90mmHg 이완기 혈압이 60mmHg 이하인 경우를 뜻한다. 또 저혈압에 대한 인식이 부족, 피가 모자라서 생기는 병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단순히 어지러움을 느끼는 것에서 저혈압과 빈혈을 혼동하기도 하는데, 이 둘은 엄연한 차이가 있다. 저혈압은 심장 기능의 이상 등으로 혈관 내 압력이 낮아져 발생하는 것으로 심혈관계와 관계가 있는 반면 빈혈은 혈액 속의 산소를 운반해 주는 헤모글로빈이 부족해서 생기는 혈액계 질환이므로 차이가 비교적 명확하다. 저혈압은 원인에 따라 본태성 저혈압과 2차적 저혈압, 기립성 저혈압 등 세 가지로 구분되며 이중 기립성 저혈압은 진단을 위한 측정 방법이 정해져 있다. 누운 자세에서 혈압을 측정한 다음 일어나서 적어도 3분 이내에 혈압을 측정하는데, 이때 지속적으로 수축기 혈압이 20mmHg, 이완기 혈압이 10mmHg보다 더 떨어지면서 분당 20회 이상 맥박 수가 적절히 늘지 않으면 기립성 저혈압으로 진단한다.

◇기립성 저혈압, 낙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 고령이나 고령에서 흔히 동반되는 뇌경색 등으로 인한 뇌손상, 파킨슨병, 당뇨병, 말초신경 병증이 혈압을 조절하는 신경에 이상을 가져와 기립성 저혈압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평소 이뇨제나 혈관확장제, 안정제 등을 장기 복용하는 경우나 당뇨, 알코올 등으로 인한 말초신경병증, 기립성 저혈압의 가족력이 있는 경우 더 쉽게 나타날 수 있다. 보통 저혈압은 심장 질환, 신경계 질환, 약물, 체액 감소, 출혈 등에 의해 발생하기도 하고 특별한 원인 없이 혈압만 낮게 측정되는 경우도 있어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지만, 기립성 저혈압의 경우 증상이 비교적 명확하게 나타난다.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날 때 갑자기 심한 어지러움을 느끼는 것부터 현기증, 무기력, 전신 쇠약감, 구역질 등 증상이 대표적이다. 증상이 심한 환자나 고령 환자의 경우에는 눈앞이 하얘지면서 몸의 중심을 잡기가 힘들고, 결국 낙상으로 이어져 골절을 입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단순히 어지럼증만으로 기립성 저혈압이라고 단정 짓는 것보다는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중추신경계질환으로 인한 어지럼증은 뇌에 치명적인 후유증을 남길 수 있으므로 증상이 나타나면 빠른 시일 내에 전문의를 찾아 진단을 받아야 한다.

◇일상생활 속 작은 노력들로 개선 가능= 저혈압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먼저 혈압이 낮은 이유를 찾아 원인이 되는 질환을 먼저 치료해야 한다. 대개의 경우 뇌질환, 당뇨성 말초 신경장애인 경우가 많으며 만약 유발약물에 의한 증상일 경우 약물의 복용에 대해 전문의와 상담하고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또 규칙적인 식사를 통해 미네랄과 비타민 등의 영양분을 충분히 섭취하고, 음주는 혈관을 확장시킬 수 있으므로 삼가는 것이 좋다. 하루 2-2.5ℓ 정도의 물을 충분히 마시고 적당량의 염분을 섭취하는 것도 저혈압 예방을 위한 좋은 방법이다.

기립성 저혈압의 경우 의심되는 증상들이 발견된다 하더라도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다면 작은 노력들로 개선할 수 있다. 앉았다 일어나기, 누웠다 일어나기 등 체위를 바꿀 때에는 급격하게 바꾸기 보다는 천천히 몸을 움직여주는 것이 좋다. 만약 이른 아침에 증상이 심하게 나타나는 경우 베개 등으로 조절해 머리를 15-20도 이상 높게 하고 자는 것이 좋고, 장시간 서 있어야 하는 경우에는 수시로 스트레칭을 해줌과 동시에 다리 정맥혈의 정체를 막기 위해 탄성 양말(스타킹) 등을 신으면 도움이 된다.박영문 기자

도움말= 최유정 을지대병원 심장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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