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투나 레슬링은 체중에 따라 선수 체급을 정한다. 비슷하게 인공위성에도 체급이 있다. 위성 무게에 따라, 톤 단위의 대형위성, 500-1000㎏의 중형위성, 500㎏ 이하의 소형위성으로 분류한다.

요즘엔 소형위성을 더 세분화해 100-500㎏은 미니위성, 10-100㎏은 마이크로 위성, 1-10㎏은 나노위성, 100g-1㎏은 피코위성, 10-100g이면 펨토위성이라고 구분한다. 또 `초소형위성`라는 군이 있는데 명확한 정의는 없지만 마이크로위성을 포함해 그보다 가벼운 위성들을 지칭한다고 보면 무리가 없다.

`초소형위성`군에는 입방체라는 뜻인 큐브(cube)라는 단어를 접두어로 쓰는 큐브위성이 있다. 큐브위성은 가로, 세로, 높이가 10㎝이고, 무게가 1.33㎏ 정도의 육각형 형태가 하나의 `유닛(Unit)` 단위로 구성된다.

큐브위성은 1999년 이후 지속적으로 발전해 지금은 우주과학연구, 신기술 시연은 물론 군집형태로 기존 위성들로 감당하기 힘든 영역에서 새로운 개념의 임무로 자신만의 색깔을 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대 초중반 극소수 대학에서 관심을 갖았는데 정부의 지원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기술지원으로 2012년 시범사업이 시작되며 다소나마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그동안 3차에 걸친 큐브위성 경영대회도 열려 많은 기술 인력이 양성되기도 했다. 이를 바탕으로 큐브위성 개발 노하우와 국산화를 사업 아이템으로 하는 스타트업 기업들도 여럿 생겨났다. 올 10월쯤에는 우리 큐브위성 3기가 우주로 향할 예정이기도 하다.

큐브위성 매력은 일단 개발비가 매우 저렴하다는 점이다. 하나의 위성을 개발하려면 적어도 수백억원, 보통 수천억원이 들고, 특수 군사용 위성은 조 단위의 개발비가 들었다. 반면 성능이 좋은 한개 유닛의 큐브위성은 수억원이면 충분하고 개발기간도 짧다. 정부나 대기업이 주도하던 인공위성 개발 사업에 소규모 집단이나 개인이 적극 참여할 수 있는 새로운 장이 열린 것이다.

웹상에서 제작방법을 구할 수 있어 관심만 가지면 큐브위성을 제작할 수 있기도 하다. 전기·전자 및 기계 산업의 발전으로 위성부품이 고집적화, 경량화 되고 가격도 내려가고 있어 큐브위성 발전에 유리한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흔히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서 이른바 다윗이 승리하면 관중은 매우 열광한다. 위성 쪽의 예로 미국 `플래닛`사가 개발하여 2013년에 첫 발사된 세 개 유닛의 큐브위성 `도브(Dove)`는 4㎏의 무게와 3m의 해상도로 지구표면을 촬영했는데 2005년 발사한 인도의 지구관측위성 CARTOSAT-1이 무게 1.56톤에 해상도가 2.5m이었던 것을 생각 할 때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에른스트 슈마허는 "작은 것은 아름답다(Small is Beautiful)" 이란 말을 남겼다. 그는 저렴하고 누구나 이용 가능하며 적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인간중심의 경제를 추구했다. 그의 주장에 동의한다. 기술력의 최고봉은 저비용화과 소형화라고 보기 때문이다. 우주분야에서는 경량화가 추가 된다. 이런 면에서 초소형 위성이야말로 저비용화, 소형화 그리고 경량화의 모든 요소를 갖췄다. 초소형위성으로 인해 슈마허가 주창한 것처럼 우주개발은 국가나 대기업의 전유물이 아닌 개인의 소유물로도 인식돼 인간중심으로 변화하게 될 것이다.

대중이 소유하면 예측하지 못했던 새로운 시장이 창출되고 패러다임이 바뀐다. 1886년 독일인 벤츠에 의해 가솔린 자동차가 발명된 이후 미국은 1920년대 포드가 최고 비싼 차의 1/100 가격의 차를 내놔 대중화를 추구했다. 하지만 마이카 시대는 경제공황과 세계대전으로 1950년대에 들어서야 열렸다. 최초의 인공위성이 발사 된 1957년 이후 70년이 지난 2020년대 후반에는 가정마다 위성을 소유하는 마이샛(My Sat) 시대가 올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초소형위성이 우주개발에서 대중화를 이끌어 내고 홈쇼핑에서도 마이샛 판매나 클라우드 펀딩 광고를 볼 날을 기대해 본다. 최준민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기술연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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