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부터 매장 내 손님에게 1회용 컵을 제공하다 적발된 커피전문점이나 패스트푸드점에 과태료가 부과된다. 한번 사용하면 100년 동안 썩지 않고 환경을 파괴하는 플라스틱을 조금이라도 줄여보자는 취지다. 플라스틱은 산업용이나 생활용품으로 오래 전부터 쓰여 왔지만 커피전문점과 패스트푸드점이 주요 외식문화로 자리잡으면서 폭발적으로 사용량이 늘어났다.

일회용품 줄이기는 전 세계적인 공감을 얻고 있다. 그 중 재활용이 아예 불가능한 1회용 빨대에 비난이 쏠리고 있다. 바닷거북의 코에 박힌 빨대를 빼내는 참혹한 유투브 동영상은 조회수가 3200만건을 넘어섰다.

대만은 내년 7월부터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밀크티의 나라 대만은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 사용량이 연간 30억개에 달한다. 2030년까지 요식업에 쓰이는 수저, 컵 등 모든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못하게 할 계획이다.

환경부와 국내 주요 커피 브랜드들도 최근 빨대 없이 음료를 마실 수 있는 컵을 연내 도입하겠다고 합의했다. 스타벅스는 종이 빨대를 도입한 시범 매장을 운영하고, 빨대 없이 마실 수 있는 컵 뚜껑을 도입해 이르면 올해 안에 플라스틱 빨대를 매장에서 완전히 퇴출할 예정이다. 현재 국내 스타벅스 매장에서 1년 동안 사용된 플라스틱 빨대는 1억8000만개에 이른다.

사실 빨대는 친환경 제품이었다. 빨대를 뜻하는 영어 단어가 Straw(짚)인 점에서 알 수 있듯이 속이 빈 외떡잎식물의 대롱이 원조였다. 역사상 처음으로 빨대를 발명한 것은 5000년 전 수메르인들이라 전해진다. 당시 맥주를 거르는 기술이 없어 부유물들이 바닥에 가라앉은 후 빨대로 윗부분만 빨아 마시는 데 사용됐다고 한다.

플라스틱 빨대가 개발된 이유는 쉽게 쓰고 버릴 수 있는 편의성 때문이다. 종이나 대나무 빨대가 5-10배 비싸기도 하지만 사용하기도 비교적 불편하다. 고작 인간의 귀차니즘이 지구 생태계를 위협하는 괴물을 만들어낸 셈이다.

태평양을 떠도는 쓰레기섬 중 어떤 것은 크기가 한반도의 약 6배 정도에 달한다. 지금까지 인류가 만든 인공물 중 가장 규모가 크다. 플라스틱 조각을 먹이로 잘못 알고 먹는 해양 생물들도 많다. 이 지역에서 잡힌 어류를 조사한 결과 35%의 물고기 뱃속에 미세 플라스틱이 확인됐다. 물고기에게도, 물고기를 먹는 인간에게도 좋지 않은 일이다.

이용민 취재1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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