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밤낮 없는 폭염이 맹위를 떨치고 있다. 여름철하면 대표적으로 생각나는 음식이 있다면 보양식일 것이다. `삼복더위에 소뿔도 꼬부라든다`라는 속담처럼 올 여름은 무지하게 덥다. 폭염이 재난수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음력 6월에서 7월 사이 절기로 초복, 중복, 말복을 가리켜 삼복이라고 한다. 하지로부터 셋째 경일을 초복, 넷째 경일을 중복, 입추 후 첫째 경일을 말복이라고 한다.

복(伏)은 엎드린다는 뜻이다. 가을의 서늘한 금의 기운(金氣)이 여름의 무더운 화기(火氣)를 두려워하여 세 번 엎드린다 는 말에서 삼복이란 말이 나왔다고 한다.

여름철은 휴가시즌이기도 하다. 일정한 기간 동안 쉬면서 바쁜 일상으로 지친 심신을 달랜다. 계곡과 바다로 물놀이를 가기도 하고 해외여행을 떠나기도 하는 등 사람들은 자신만의 방법으로 그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고 난 후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다.

여름철에는 유두절이라는 한국 명절도 있다. 하지만 낯선 명절이름 이어서인지 신조어가 아니냐는 의문도 있지만 실제로 존재하는 한국 명절 중 하나다. 물맞이라고도 불리는 유두절은 매년 음력 6월 보름을 가리킨다. 올해처럼 복중(伏中)에 들어 있으며 유둣날이라고도 불린다. 24절기 중 12번째인 유두(流頭)는 동류수두목욕(東流水頭沐浴)의 약자다. 동쪽으로 흐르는 물에 머리를 감고 목욕을 하는 명절이다. 이날은 일가 친지들이 맑은 시내나 산간폭포에 가서 머리를 감고 몸을 씻은 뒤 가지고 간 음식을 먹으면서 서늘하게 하루를 지낸다. 이것을 유두잔치라고 하는데 이렇게 하면 여름에 질병을 물리치고 더위를 먹지 않는다고 한다. 유두절 풍속은 신라 때부터 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 희종 때의 학자 김극기의 `김거사집`에 "동도(경주)의 풍속에 6월 15일 동류수(東流水)에 머리를 감아 액을 떨어버리고 술 마시고 놀면서 유두잔치를 한다"고 기록되어 있다는 게 한국민족문화대백과에 나와있는 설명이다. 유두의 시절음식으로는 유두면, 수란, 건단, 상화병, 연병 등이 있다. 현재는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져 버린 명절이기도 하다. 여름철 질병과 더위를 예방하는 좋은 풍습인 유두절. 이제라도 세시풍속의 의미를 되새기고 옛 기억을 되살려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황진현 천안아산취재본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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