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다양한 업무와 실적 경쟁에 시달리는 금융사 직원들이 중요하지 않은 일에 많은 시간을 쓸 필요는 없다. 그렇다고 그 일에 최선을 다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특히 금융업 종사자의 업무 대부분은 금융소비자와의 쌍무계약에서 나온다. 따라서 업무 경중 여부는 금융소비자 입장에서 판단되어져야 한다. 어떤 금융소비자도 자신의 일이 하찮게 여겨지기를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작은 일이라고 최선을 다하지 않는 분위기가 하나의 조직 문화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금융사가 자신만의 기준에 따라 중요하지 않은 일을 규정하고 그런 일을 하찮게 여기게 되면 그 종사자는 그 일에 최선을 다하지 않게 될 것이다. 그로 인한 폐해는 해당 업무에서 실수가 발생하는 작은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 다른 중요한 일을 할 때 어떻게 하는 것이 원칙대로 최선을 다해 일하는 것인지 모른 채 업무를 하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작은 업무에서 실수를 바로 잡고 업무를 제대로 배우지 못한 채 중요한 일을 담당하는 선임 직원이 되면 그 금융사의 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그런 금융사는 소비자가 믿고 거래할 수 있을까.
혹자는 작은 일이야 그렇지만 중요한 일은 제대로 배우지 않겠는가 하고 말할 것이다. 충분히 그럴 수는 있다. 하지만 과연 누구의 기준으로 사전적으로 중요하고 중요하지 않은 업무를 구분하여 노력의 정도를 달리한다는 것이며, 경중을 구분하는 기준에 금융소비자에 대한 고려가 담겼는가 하는 의문이 남는다. 결국 작은 일이라도 소비자의 입장에서 집중하는 조직 문화가 뿌리내려야 중요한 일에도 최선을 다하는 금융사로 발전하여 소비자의 신뢰를 얻게 될 것이다.
중국 고전 `중용`에 `작은 일에 정성을 다할 때 결국 세상을 감동시켜 변화시킬 수 있다(中庸 23장 致曲)`라는 구절이 있다. 금융업 종사자에게 작은 일에도 정성을 다하는 자세를 주문해 본다. 작은 것에 정성을 다하는 자세를 보여줄 때 금융소비자는 금융업에 대한 신뢰로 보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성을 다한다 함은 시간을 많이 쓰자는 의미가 아니다. 그 일의 의미가 무엇이고 원칙이 무엇이며, 어떻게 하도록 되어 있는지를 알고 원칙대로 일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금융사를 신뢰하고 거래하는 금융소비자가 원하는 바이기도 하다. 금융업에 종사하는 모든 분들이 이와 같은 마음자세를 가져보기를 기대해본다.
한윤규 금융감독원 대전충남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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