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청와대는 2017년 3월 기무사가 촛불시민들을 상대로 작성한 `전시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에 딸린 `대비계획 세부자료` 문건을 추가로 공개했다. 청와대는 위 `세부자료` 문건이 단계별 대응계획, 위수령, 계엄선포, 계엄시행 등 4가지 큰 제목 아래 21개 항목, 총 67페이지로 작성돼 있다고 밝혔다. 해당 문건에는 비상계엄 포고문을 비롯해 언론을 검열하고 국회의원들을 현행범으로 사법처리해 `계엄해제` 정족수 미달을 유도하려는 계획과 계엄임무 수행군을 배치하는 계획까지 수립돼 있었다.

이에 대해, 기무사는 촛불사건으로 인한 만일의 사태를 대비한 자신들의 통상적인 검토문건에 불과하고, 실행계획이 담긴 문서는 아니었다고 입장을 발표했다. 과연 이번 사건을 어떻게 볼 것인가.

우선 이번에 공개된 문건을 작성한 행위 그 자체가 대한민국 헌법 제5조 제2항이 명시하고 있는 국군의 정치적 중립성을 위반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계엄의 대상이었던 사건은 시민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는 행위였고, 이는 정치행위와도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이런 시민들을 대상으로 계엄을 준비한다는 것 자체가 국군이 정치에 개입한다고 볼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당시 상황을 보면, 2017년 3월경에는 `계엄`에 해당하는 상황은 존재하지 않았다. 헌법은 국가비상사태에 계엄을 선포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계엄법은 "적과 교전 상태에 있거나 사회질서가 극도로 교란돼 행정 및 사법 기능의 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 `비상계엄`을 선포할 수 있도록(제2조 제2항) 하고 있으며, "사회질서가 교란돼 일반 행정기관만으로는 치안을 확보할 수 없는 경우"에 `경비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제2조 제3항). 수개월을 거친 촛불 집회 과정에서 계엄을 선포할 만한 사회불안 및 치안 문제는 발생한 적이 없었다. 촛불집회 과정은 오히려 헌법과 법률에 부합하게 평화롭게 진행된 것으로 판단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요사태`를 운운하며 해당 문건을 작성한 것은 오히려 헌법의 정당한 기능을 소멸시키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

특히 해당문건의 내용 중 국회가 계엄해제 요구권 행사(헌법 제77조 제5항)를 하지 못하도록 야당의원들을 현행범으로 체포해 의결정족수 미달을 유도하려 한 내용은 아주 위험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이는 헌법과 법률이 정한 기본적 절차를 부정하고, 헌법기관인 국회의 권한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려고 한 것이어서, 전형적인 `국헌문란행위`라고 볼 여지도 있다.

또한 `세부자료`가 계엄상황에서의 역할분담을 명시하는 등 그 내용이 매우 구체적이었다는 점,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와 근접한 시기에 작성돼서 다른 결과가 발생했을 경우 바로 실행이 가능했다는 점, 국방부 직할부대인 국군기무사령부가 작성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단순히 검토문건으로 치부하기에는 큰 위험성도 내포돼 있었다고 보인다.

그리고 이번 문건의 내용이 합동참모본부 계엄과에서 통상의 절차에 따라 2년마다 수립되는 `계엄실무편람`의 내용과 전혀 상이한 점도 드러났다. 이는 군령권자인 합참의장을 배제하고 군 병력을 운용하려 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놀랍다.

군과 검찰은 23일 기무사 `계엄령 문건`과 관련헤 합동수사본부를 출범하기로 발표했다. 우선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해 당시의 기무사령관들을 비롯한 해당 문건의 작성과 관련된 자들에 대한 수사를 조속히 개시해야 한다. 합동수사본부는 해당 문건이 누구의 지시 하에 작성됐고, 어떤 경로로 보고·배포되는지 철저히 밝혀야 할 것이다. 또 이번 사건으로 국민들이 우려하는 군의 정치적 개입여부도 그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 다시는 이러한 계엄검토 및 국헌문란행위의 시도가 재발하지 않도록 군의 개혁과 제도개선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다.

이영선 법무법인 세종로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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