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후 친정집에 놀러 왔다는 오정아(33)씨는 "폭염이라 휴가지를 가더라도 더운 것은 마찬가지"라며 "시원한 공간에서 쇼핑과 피서를 동시에 할 수 있어 백화점을 찾았다"라고 말했다.
인근 영화관도 북새통이었다. 대전 서구 탄방동 메가박스의 매표소 주변은 몰려든 관람객으로 인해 빈 의자를 찾기 어려웠다. 이날 영화관에서 만난 김은숙(35)씨도 유난히 무더운 날씨 탓에 야외로 놀러 갈 생각을 일찌감치 접었다. 김씨는 "올여름은 영화관이나 키즈 카페, 백화점 같은 시원한 곳에서 아이들과 보낼 생각"이라며 "여행을 가면 비용 부담을 생각할 수밖에 없는데, 영화관은 3만 원 정도면 가족끼리 시간을 보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올해 폭염이 전국을 강타하면서 휴가를 변화시키고 있다. 피서지로 떠나더라도 날씨가 너무 더워진 데다 휴가 철마다 오르는 바가지요금으로 도심 속 휴가를 선택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백화점, 영화관, 서점 등을 누비며 가족·지인과 소소하게 휴가를 보내고 있는 셈이다. 여름휴가철은 통상 유통업계 비수기로 꼽히지만, 올해는 실내공간을 찾는 이들이 늘면서 업계는 매출신장의 기회로 삼고 있다.
손두원 메가박스 탄방점 매니저는 "평소보다 날씨가 더워진 데다 어린이집, 유치원 등 방학이 겹쳐 가족단위 관람객들이 더 많이 늘었다"며 "당분간 가족 관람객이 북적일 것으로 보여 애니메이션 영화 개봉작들의 상영 비중을 늘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시각, 교보문고 둔산점은 독서삼매경에 빠진 이들이 주를 이뤘다. 부모들은 자녀에게 책을 골라주거나 그동안 보고 싶었던 책을 보며 시원한 여름을 보내고 있었다. 인근의 한 만화카페는 나 홀로 휴가를 보내는 이들이 눈에 띄었다. 만화책뿐만 아니라 볶음밥, 팥빙수 등 각종 먹거리에 1인용 소파까지 구비돼 소소한 휴가를 보내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탄방동에 거주하는 박모(41)씨는 "서점은 시원할뿐더러 책까지 무료로 볼 수 있어 일거양득"이라며 "아이들도 방학이고 나 또한 휴가라 서점을 찾았다"라고 말했다.
만화카페에서 만난 윤 모(31)씨는 "날씨가 너무 덥고 같이 휴가를 갈 사람도 없고 해서 만화카페를 찾았다. 일종의 휴가인 셈"이라며 "하루 1만 원이면 충분하다. 시원한 곳에 누워 만화책을 읽으니 무릉도원이 따로 없다"고 말했다.
지역의 한 백화점 관계자는 "올여름은 유난히 더운 탓인지 평일이나 주말 할 것 없이 백화점 식당가를 찾는 손님이 늘었다"며 "물가도 오름세에 있고 실용주의로 인해 굳이 여행을 가지 않고 도심 속에서 여름을 보내는 이들이 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김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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