쌩떼스떼프에서 2등급을 받은 샤또는 지난 칼럼에서 설명해드린 꼬스데스뚜르넬과 몽로즈(Montrose)로 2개뿐입니다. 1815년 비교적 근래에 탄생한 샤또 몽로즈는 장미(rose) 언덕(mont)을 포도원으로 개발해서 샤또 명칭이 유래했다고 합니다. 몽로즈는 뽀이약 1등급 샤또 라뚜르처럼 지롱드 강변에 바로 접한 자갈 언덕에 위치하기에, 라뚜르와 같은 강렬함과 오랜 숙성력을 뽐내서 쌩떼스떼프의 라뚜르라고 칭해지기도 합니다.

몽로즈의 총면적은 약 95 헥타르이지만 포도 경작 면적은 약 68 헥타르입니다. 재배 품종 구성은 카베르네 쇼비뇽 60%, 메를로 32% 카베르네 프랑 6%, 쁘띠 베르도 2%입니다. 메를로는 여성스러움과 둥근 감촉, 부드러운 탄닌과 과일 느낌를 와인에 선사하고, 카베르네 프랑은 우아한 향기와 신선함과 복합성을 제공하며, 쁘띠 베르도는 색감과 매콤한 맛을 더합니다.

몽로즈가 현재 누리는 명성은 샤또를 1세기 이상((1896년~2006년) 보유했던 샤르몰뤼(Charmolue) 가문의 기여가 컸습니다. 장-루이(Jean-Louis) 샤르물뤼는 1980년대에 양조시설과 포도주 저장 창고에 막대한 투자를 했습니다. 1973년부터 사용하던 발효시설에 1985년부터는 100 헥토리터용 스텐리스 발효 탱크 12개를 추가 확장하였고, 1년차 숙성 오크통 전용의 새로운 건물을 건축했습니다. 1944년부터 1960년까지 몽로즈를 단독으로 운영했던 어머니 이본느(Yvonne) 샤르물뤼 여사를 기념하여 몽로즈의 세컨 와인인 라담므드 몽로즈(La Dame de Montrose)도 1983년 출시했습니다.

몽로즈는 2006년 부이그(Bouygues) 텔레콤 등을 보유한 건설 대기업 부이그 그룹의 소유주인 마르땡(Martin) 부이그에게 매각됩니다. 몽로즈 와인을 아주 좋아했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몽로즈를 인수한 마르땡 부이그는 2013년까지 7년 동안 대대적인 보수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높이 11미터, 넓이 천 제곱 미터의 새로운 저장고는 직접 가서보니 넓은 공간에 예쁘게 색칠된 오크통들의 정렬이 깔끔하고 시원해서 멋졌습니다. 환경 존중을 위하여 지열 에너지 사용과 옥상에 삼천 제곱 미터의 태양광 패널 설치도 했습니다.

부이그 가문은 몽로즈 와인을 1등급 샤또를 운영했던 와인 전문가들에게 맡깁니다. 2006년에서 2011년까지는 샤또 오브리옹(Haut-Brion)의 대표를 역임했던 장-베르나르 델마(Jean-Bernard Delmas)에게, 2012년 4월부터 현재까지는 샤토 무통 로칠드(Mouton Rothschild)의 총괄 담당자로 근무해온 에르베 베를랑(Herve Berland)을 영입했습니다. 일등급 와인과 마찬가지로 우수한 테루아를 갖고 있다는 자부심을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우수한 품질 와인을 만들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시음와인으로 제공된 샤또 몽로즈, 라담므드 몽로즈와 샤또 트롱꾸아 라랑드(Tronquoy Lalande) 2012년 와인들을 맛 보았습니다. 샤또 몽로즈는 예전에는 20년의 숙성이 필요하다고들 했었고, 저도 2002년 빈티지를 일찍 맛보았을 때 단단해서 열리지 않았었음에 대한 강렬한 기억이 있는데, 최근 빈티지들은 조금 더 부드러워진 듯합니다.

샤또 몽로즈 방문에서 제게 인상적이었던 것은 샤를르 보들레르(Charles Pierre Baudelaire)의 대표적인 상징시 교감(Correspondances)의 4개 연을 각각 필기체로 대리석에 새겨서 시음실 벽면에 걸어 놓은 점이었습니다. 향기와 색깔과 소리가 서로 화답하는 싯구처럼, 몽로즈 와인에서 색과 향과 소리(맛의 울림)의 조응을 체험하라는 권유로 읽혔습니다. 신성식 ETRI 미래전략연구소 산업전략연구그룹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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