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수의 전통놀이 돋보기

한 초등학생들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하고 있다. 사진=연기향토박물관 제공
한 초등학생들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하고 있다. 사진=연기향토박물관 제공
술래는 나무에 손을 짚고 머리를 대고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를 외친다.

그러면 뒤에 줄지어 있던 아이들은 그 말이 끝나기 전에 술래가 있는 쪽으로 잽싸게 움직여 손으로 나무를 짚으면 살아나고 술래가 뒤돌아 볼 때 움직이면 걸리어 술래와 손을 잡고 있는 놀이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이다.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무궁화 꽃이 피었다는데, 우리나라 놀이가 당연한 것 아니겠는가. 그러나, 이 놀이는 일본의 어린이 놀이이다.

즉, `다루마상가 고론다` 라는 놀이이다. 이것을 우리말로 하면 `오뚜기(달마)가 넘어졌습니다`라는 놀이이다. 이 일본놀이가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로 바뀐 데에는 그 이유가 있다.

`무궁화` 하면 떠오르는 인물이 바로 남궁억(南宮檍 1863~1939) 선생이시다.

평생을 무궁화 보급에 힘써 왔으며, 처음에는 무궁화 나무심기 운동을 펼치다가 왜경에게 발각되어 무궁화는 불태워졌고, 남궁억 선생은 감옥에 갇히었다.

옥고를 치르고 나와서, 이번에는 수틀에 무궁화를 그려 아이들에게 수를 놓게해 집안의 커튼이나 베게에 무궁화를 피게 하였다. 그러나 이도 오래가지 못하고 발각되어 또 감옥에 갈 수 밖에 없었다. 1935년 72세 때 복역중 병으로 석방 되었으나,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어느날 골목에서 의자에 앉아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는데 아이들은 우리말과 글은 물론, 우리 놀이를 놀지 못하고 일본놀이인 `다루마상가 고론다` 놀이를 하고 있었다.

남궁억은 놀고 있는 아이들을 오라고 하여 부탁했다.

"너희들이 일본놀이를 놀 수 밖에 없지만 내가 알려 주는데로 말만 바꾸어 놀아 보아라."하고는 놀이의 말을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로 놀게 했다. 남궁억 선생은 아이들의 마음속에 무궁화를 피우고 싶었던 것이다. 매일 골목에 나타나는 아이들에게 과자를 사주며 놀게 했던 일본놀이 `다루마상가 고론다`를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로 바꾸는데 성공하였기에 지금도 그렇게 놀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 달마 놀이가 많다. 오뚜기의 주인공이 달마이다. 오뚜기는 무엇인가. 넘어져도 금새 일어나는 중국 소림사를 창시한 사람 즉, 달마이다. 달마의 생김새가 뚱뚱하여 아무리 넘어져도 금새 일어나게 생기지 않았나.

일본을 보자 화산에, 쓰나미에, 지진에, 태풍에 온갖 자연재해를 달고사는 나라가 아닌가. 그러니 달마처럼 넘어져도 벌떡 일어나길 갈망하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최근 일본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영화 `신이 말하는 대로` 가 있다. 자막으로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로 번역 하였지만, 이것은 달마가 학교에 나타나 이 놀이를 아이들과 강제로 하고, 움직이면 머리가 터져 죽는 끔찍한 놀이로 묘사했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무서운 놀이가 되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라는 놀이는 그 시대 나라를 빼앗겼고 말과 글을 빼앗겼고, 놀이도 빼앗겼을 때 무궁화 사랑으로 아이들 마음속에 무궁화를 피우려 처절하게 노력했던 남궁억 선생의 마음을 느낄 수 있는 놀이이다. 임영수 연기향토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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