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도의 이상적 도서관

무인도의 이상적 도서관
무인도의 이상적 도서관
책에 관한 가장 진부하면서도 흥미로운 질문, "당신이 무인도에 갇히게 된다면 가져갈 책 세 권은 무엇입니까"

왜 하필 무인도일까. `오디세이`, `로빈슨 크루소`, `파리대왕` 등 여러 문학작품에서 `무인도`는 신비로운 낙원, 은둔 또는 유배의 상징, 혹은 디스토피아로 그려진다.

작품 속 등장인물들은 무인도에서 죽다 살아나거나, 수십 년 동안 고립되거나, 광기에 휩싸인다. 무인도라는 공간 자체가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작품도 많다. 무인도는 작가들에게 영감의 원천이고, 그곳에의 고립은 말 그대로 그 문학적 원천을 찾는 모험이다.

당장 떠오르는 책이 없다면 우리 시대 최고의 작가들이 선택한 책 중의 책을 살펴보면 어떨까.

이 책은 같은 질문에 대한 전 세계 유명작가 196인의 답을 실었다.

`왜 세 권인가`라는 물음에 저자는 보르헤스를 언급하면서 자신의 의견을 밝힌다. 2001년 12월 3일, 보르헤스의 미발표 자필 원고 경매가 열렸다. 그날 카스티야어로 빽빽하게 쓴 세 페이지의 원고가 발견됐는데, 그 글에서 보르헤스가 무인도에 가져갈 세 권의 책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버트런드 러셀의 `수리 철학 서설`, 쇼펜하우어의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같은 형이상학 책 한 권, 플루타르크나 기번 혹은 타키투스의 역사서 한 권이 그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의외의 선택을 통해 보르헤스가 새로운 해석의 문을 열었다고 말한다. "우리에게 이상적인 서재라는 유혹을 일깨우는 세 가지 테마, 세 가지 분야."(p.13)

독자 입장에서는 대부분 그가 쓴 책으로만 만날 수 있었던 작가가 어떤 책을 골랐느냐도 흥미로운 주제겠지만, 분명 그 선택에 대한 작가의 생각이나 의견을 보며 더 많은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 이 책은 움베르토 에코, 밀란 쿤데라, 오에 겐자부로, 파트리크 쥐스킨트 등, 책 쓰기를 삶으로 하는 이들이 엄선해서 세운 도서관으로의 초대장이다. 또 문학과 예술의 바다에서 조난당했거나 조난당하길 바라는 사람에게는 훌륭한 생존 안내서가 되어줄 것이다.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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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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