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팔도유람] DMZ생태관광

인제 대암산 용늪
인제 대암산 용늪
한반도 훈풍이 세계인의 이목을 비무장지대(DMZ)로 집중시키고 있다. 남북 정상이 통일각에서 만나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은 국민의 가슴을 뭉클케 했다. 그동안 팽팽한 남북 간 대치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DMZ는 70년 가까이 일반인의 접근이 제한, `자연의 보물창고`로 불린다. 몇 해 전부터 1일 인원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출입을 허용한 민통선 내 비경을 자랑하는 두타연, 국내 유일의 고산지대 늪인 대암산 용늪 등은 DMZ 관광의 정수다. 여기에 통일전망대, 평화의댐, 평화생태공원도 접경지역이 품고 있는 관광명소다. 남북 분단의 상징인 강원도 철원, 화천, 양구, 인제, 고성 등 접경지역은 최근 강원도 광역지자체 차원에서 평화지역으로 개명, 불리고 있다.

 ■양구 두타연=최근 몇 년 사이 가장 주목받는 DMZ 생태관광지로 부상하고 있다. 민통선 북방에 자리 잡고 있는 두타연은 북쪽에서 힘차게 내려오는 물길을 품에 안았다 남쪽으로 흘려 내려보낸다. 6·25전쟁 이후 60여년간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던 두타연은 방문 예약제를 거쳐 2013년 11월부터 당일 출입이 가능해지면서 관광객들의 방문이 급증하고 있다.

 보기만 해도 시원해지는 청정 1급수는 열목어 서식지로 유명하고 주변에 조성돼 있는 산책로를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마음이 편안해진다. 환경부 조사에서 탄소배출량이 전국 최저 수준으로 나타나 최고의 생태관광지로 인정받기도 했다. 때 묻지 않은 힐링의 명소로 떠오르는 이유다.

 6·25전쟁 당시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양구 최북단 마을 펀치볼은 휴전선과 맞닿아 있다. 이 마을에는 제4땅굴, 을지전망대, 펀치볼 둘레길, 국립DMZ자생식물원 등 관광지가 즐비하다. 전동열차를 타고 들어가는 제4땅굴에서는 청량감을 만끽할 수 있다. 을지전망대에서는 눈앞에 펼쳐져 있는 북한군 초소와 고지, 금강산 봉우리까지 둘러볼 수 있다. 산림청이 펀치볼 산자락을 따라 조성한 펀치볼 둘레길은 최북단 트레킹 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화천 DMZ평화관광=화천군 화천읍 동촌리 평화의 댐은 북한의 금강산 댐 붕괴를 대비해 만들어진, 높이 125m, 길이 601m, 최대 저수량 26억3,000만 톤 규모의 댐이다. 지금은 파로호 구만리 선착장에서 물빛누리호를 타고 이동하는 코스가 훼손되지 않은 비경으로 관광객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댐 바로 위에 조성된 `세계평화의 종공원`에는 전 세계의 분쟁지역 29개국에서 기증받은 탄피 포탄과 6·25 전쟁 당시 사용된 총탄 등을 녹여 만든 무게 1만 관의 세계평화의 종이 자리 잡고 있다. 1회 타종료 500원은 매년 에티오피아 참전용사 후손들을 위한 장학기금으로 사용되고 있다.

 세계평화의 종 옆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비롯한 역대 노벨평화상 수상자들의 얼굴과 손 모양의 동판이 마련돼 누구나 악수할 수 있다. 댐 하류 공간 1만2,000㎡ 부지에 자리 잡은 국제평화아트파크는 전투기와 전차 등 군장비와 철조망 등 30여 종의 조형물을 갖추고 있다.

■고성 통일전망대, 금강산전망대(717OP), DMZ박물관=통일전망대는 우리나라 최북단에 위치해 있다. 1983년 처음으로 문을 연 뒤 매년 60만명 이상 찾아 분단의 아픔을 체험하고 통일을 염원하는 통일안보교육장이다. 금강산 1만2,000봉의 마지막 봉우리인 구선봉과 해금강, 동해바다의 비경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어 북녘땅을 바라보며 망향의 한을 달래기 위한 실향민과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금강산전망대(717OP)는 유엔사 군사정전위원회가 관할하는 동해안 최북단에 위치한 군(軍) 관측소다. 금강산 관광 중단으로 침체에 빠진 고성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1년에 2차례 봄·가을 여행주간 일반에 한시적으로 개방하고 있다.`선녀와 나무꾼`전설로 유명하며 지난 봄철 여행주간(4월28일~5월13일)에 1,863명이 다녀가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오는 가을 여행주간 때 개방이 결정되면 통일전망대에 사전 신청을 통해 방문할 수 있다.

 DMZ박물관은 납북의 평화를 바라는 민족의 염원을 담아 2009년 통일전망대 인근에 개관했다. 냉전의 유산인 DMZ를 주제로 6,945점의 유물과 6·25전쟁 전후 모습, 정전협정으로 생긴 군사분계선, 독특한 생태환경 등을 전시와 영상으로 재구성해 공개하고 있다.

 관람을 위해서는 민통선 출입신고와 안보교육을 이수한 뒤 통일전망대 입장료와 주차료를 납부해야 한다.

■해안분지의 동쪽 병풍 역할을 하는 곳 대암산(大巖山)=맑은 날이면 금강산과 설악산 대청봉이 보이는 이 산의 해발 1,280m 지점에 하늘로 올라가는 용(龍)이 쉬었다 가는 곳이라는 의미의 용늪이 있다. 연중 170일 이상 안개로 덮여 있어 산이 허락한 사람만이 그 자태를 볼 수 있는 곳.

 반만년 한반도의 역사와 함께 생물역사를 간직한 자연생태의 천국이자 천연 연구실이다. 큰 용늪, 작은 용늪, 애기용늪 등 세가지로 구성된 대앞산 용늪은 남한에서는 유일한 고층 습원이다. 한랭습윤한 환경조건으로 죽은 생물체들이 썩지 않고 그대로 쌓여 이탄층을 형성, 생태계의 보고로 확인되고 있다.

 생태적 가치가 인정돼 1997년 국내 최초로 람사르협약에 등록됐다. 멸종 위기에 놓인 야생동식물과 한국특산종인 비로용담, 금강초롱 등 600여종 이상이 서식·분포하고 있다. 한때 출입금지 지역이었다 2015년부터 일부 탐방로 관광이 허용되고 있다. 현재는 하루 250명으로 출입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탐방일 14일 전 인제군청 생물자원의 수도 홈페이지(http://sum.inje.go.kr)를 통해 예약을 해야만 생태의 보물섬을 관람할 수 있다. 도보로 최대 7시간가량이 소요된다. 하지만 계절마다 노란 동의나물과 쇠서나물, 노루오줌 등이 탐방객들에게 인사하고 있어 즐겁기만 하다.

  ■김화읍 생창리 DMZ생태평화공원=철원 김화권에 위치한 DMZ생태평화공원은 걸어서 2시간 정도 소요되는 제1코스인 용양보 탐방로와 걸어서 3시간 정도인 제2코스인 십자탑 탐방로로 구분된다. 제1코스인 용양보 탐방로에 있는 암정교는 1930년대 세워진 다리로 1950년 6·25전쟁전까지만해도 김화, 평강, 금성을 잇는 중요한 교통로로 쓰였다. 과거에는 철도와 교통의 중심역할을 하는 지역이었고 이곳에서 평강, 원산, 내금강으로 연결되며 시베리아 철도 TSR의 중심지가 철원이다.

 용양보는 생창리 지역 농경지에 용수 공급용으로 설치된 저수지로 사용돼 왔으나 DMZ에 포함된 이후로 민간인 통제지역에 위치해 자연적 습지형 호수로 보존돼 오면서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감상할수 있는 곳으로 변모했다. 이 일대는 병자호란 때 청해 10만대군에 맞서 용전분투했던 홍명구공과 유림 장군의 충절이 깃들어 있는 곳으로 조선 후기 진경산수화의 대가 겸재 정선의 예술혼이 살아 숨 쉬는 곳이기도 하다.

  제2코스인 십자탑 탐방로 코스는 육군 제3사단이 북한의 사랑과 평화가 전달되길 기원하며 산 위에 십자탑을 설치한 곳이다. 6·25 때 남과 북의 최대 접전지인 오성산이 휴전선 너머로 한눈에 들어오며 또한 북한 초소 및 북한 현 움직임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십자탑 전망대는 성재산 580m 높이에 설치된 십자탑을 전망시설로 활용해 북한의 오성산, DMZ 내부 전경, 북한 초소와 북한권, 멀리 북한 마을까지 볼 수 있는 곳으로 철책을 따라 남과 북의 경계지역이 한눈에 들어오는 곳이다. 한신협·강원일보=이정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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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 세계평화의 종 공원 전경
화천 세계평화의 종 공원 전경
철원 7경 중 하나인 용양늪의 모습
철원 7경 중 하나인 용양늪의 모습
철원 DMZ생태평화공원을 찾아온 관광객들
철원 DMZ생태평화공원을 찾아온 관광객들
철원 생창리 DMZ 철책에 운무가 드리워져 있다
철원 생창리 DMZ 철책에 운무가 드리워져 있다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북녘 땅을 바라보는 시민들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북녘 땅을 바라보는 시민들
고성 DMZ 박물관 전경
고성 DMZ 박물관 전경
고성 DMZ 박물관을 구경하는 시민들의 모습
고성 DMZ 박물관을 구경하는 시민들의 모습
양구 제4땅굴 입구
양구 제4땅굴 입구
천혜비경을 자랑하는 양구 두타연의 전경
천혜비경을 자랑하는 양구 두타연의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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