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놀이터를 지나가다가 아파트화단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작은 벌레를 관찰하는 다섯 살 남짓의 꼬마아이를 본 적이 있다. 앞서 가던 엄마가 아이를 부르지만 아이는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몇 차례 아이를 부르다가 엄마가 짜증이 섞인 말투로 되돌아왔지만 아이는 여전히 쪼그려 앉아 벌레를 관찰하고 있었다.

어렸을 적 엄마가 "밥 먹어라!" 라고 여러 차례 소리를 질러도 놀이를 하거나 뭔가에 빠져 들면 아무 것도 들리지 않았다. 밥 먹으라는 소리도 듣지 못한 채 그 순간 놀이에 빠졌다. 그게 바로 몰입의 순간이다.

`언제였던가! 어른이 된 이후 몰입으로 인해 시간의 흐름조차 잊은 적이...`

그런데 늦은 나이 연극을 접하면서 몰입의 즐거움이 나에게로 다시 다가왔다. 무대에 올랐을 때 그 순간의 몰입은 약간의 부담감과 함께 행복의 시간이었다. 무대 위에서의 긴장감은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한다. 관객과 상대배우, 무대장치, 긴장감으로 묘한 공기의 질감이 느껴질 때 몰입의 순간을 맞이한다. 물론 뜻대로 감정이 나오지 않을 때도 많지만 그럼에도 모든 게 하나 되는 그 순간의 맛을 잊지 못한다.

한평생 행복과 몰입에 대해 연구한 학자 칙센트미하이는 `행복`은 인생의 중요한 부분들을 내가 결정할 수 있다는 `통제감`과 온전히 몰두하는 `몰입`으로 인해서라고 한다. 즉 행복하기 위해선 내적 통제능력을 갖고 자신의 인생을 자신이 주인공이라는 생각을 갖고, 삶의 통제력을 갖는 것과 현재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온전한 몰입이 있어야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연극은 몰입을 경험할 수 있는 최고의 놀이이자, 일이다.

몰입은 모든 정신 에너지를 요구하는 것이기에 몰입 상태에 빠진 사람은 그 일에 완전히 몰두하게 된다. 무대 위에서 배우들은 몰입을 경험한다. 몰입은 외적인 부분에서 끌어올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내적인 내면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연기를 잘 하는 연극인들의 특징이 바로 무대 위에서의 몰입력이다. 그것은 꾸준한 노력 특히 캐릭터에 대한 분석, 어떻게 해석하고 이해하고 표현하는지 자신이 직면한 연기적 상황에 대한 의미를 어떻게 부여하는 지에 따라 혹은 선천적으로 갖고 있는 표현력에 의해서도 달라질 수 있다. 몰입의 순간을 경험하고 싶으신 분들은 지금 당장 소극장으로 달려가시길... 그곳에서 배우들의 열연과 몰입의 에너지를 느끼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시길! 장은숙 연극배우·교육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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