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식중독 예방 및 치료

정진규 충남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정진규 충남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콜레라, 포도상구균, 장티푸스, 비브리오 등과 같이 식중독은 세균 뿐만 아니라 바이러스, 기생충을 비롯한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한다. 특히 여름철 건강관리에서 식중독에 대한 부분은 더욱 중요해 진다. 여름에는 습도와 기온이 상승하면서 세균의 활동이 활발해지는 것은 물론 음식 관리에 부주의하기 쉬워 음식이 쉽게 변질될 수 있는 여건이 되기 때문이다. 또 본격적인 휴가 시즌을 맞아 여행을 하면서 평소에 먹지 않던 음식을 접하는 기회도 많아지기 때문에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식중독의 원인=식중독 균이 체내에 침투해 설사를 유발시키는 방법은 크게 세가지로 나뉜다. 식중독 균이 내뿜는 장 독소가 장 점막에 부착하는 경우, 세포가 장 점막에 침입하고 증식하는 경우, 세포 독소가 장세포를 파괴하고 염증을 일으키는 경우다. 국내에서 가장 흔한 식중독은 대장균에 의한 것으로, 6-9월 가장 많이 발생한다. 굴 등 해산물 섭취를 통해 발생하는 노로바이러스로 인한 식중독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따. 또 살모넬라균은 오염된 우유나 육류, 계란이나 살모넬라 보균자에 의해 발생한다. 포도상구균은 음식을 만드는 사람의 손이나 코 점막에 붙어있던 세균이 조리 과정에서 음식물에 섞여 들어가 증식하며 증식한 세균이 독소를 만들어내면서 식중독 증상이 나타난다. 이밖에 어패류가 원인이 돼 주로 7-8월에 발생하는 비브리오균, 콩팥을 망가트리는 용혈성 요독증후군으로 진행될 수 있는 대장균 O-157등도 있다.

◇식중독 증상= 식중독의 가장 흔한 증상은 설사이며 구토나 복통은 물론 심할 경우 발열, 두통, 마비 등 증상도 발생할 수 있다. 식중독은 원인에 따라 다양한 증상이 나타나므로 증상에 따라 식중독의 원인을 추정해볼 수 있다. 구토가 가장 현저한 증상이라면 황색포도상구균 식중독, 구토형 세레우스 식중독, 노로바이러스 감염증 등을 먼저 고려할 수 있고, 고열이 동반된 경우면 살모넬라 위장관염, 세균성 이질 등을 고려할 수 있다.

음식을 먹은 후 빠르면 1시간, 늦어도 72시간 안에 식중독 증상이 나타난다. 보통 증상이 나타나기 직전에 먹은 음식 때문에 식중독에 걸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식중독은 그 원인에 따라 수 분에서 수 일까지 잠복기가 다양하므로, 마지막으로 먹은 음식이 식중독을 일으켰다고 보기는 어렵다. 같은 음식을 먹은 2명 이상이 구토, 설사, 복통 등 증상을 보이면 일단 식중독을 의심하고 병원을 찾도록 한다.

◇식중독 진단= 식중독 진단을 위해서는 대변 배양 검사를 통해 원인 균을 확인해야 확진이 가능하다. 하지만 식중독에 걸린 환자들 중 대부분은 감기처럼 저절로 좋아지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시간이 오래 소요되는 대변 배양 검사는 일반적으로 하지 않는다. 심하지 않은 설사로 내원한 환자들에게는 문진을 통한 진단적 접근을 주로 시행한다. 구토를 주 증상으로 하고 음식을 섭취한 지 수 시간 이내에 오는 경우 황색포도알균 식중독, 바닷가나 해산물 식중독은 장염비브리오균, 여행자 설사는 장독소 대장균, 소아의 경우 로타바이러스나 노로바이러스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설사에서 대변에 피가 보이거나 발열이 동반이 된다면 세균성 이질, 장티프스, 대장구균 O157-H7 등에 대한 배양이나 검사가 반드시 필요하다. 또 최근 항생제를 사용한 병력이 있다면 특정 세균에 대한 독소 검사를 해야 하며 심한 복통, 탈수, 혈성 설사, 24시간 이상 좋아지지 않고 계속되는 중증 설사는 혈액 검사, 대변 검사, 전해질 검사, 복부 X-선 검사를 할 수도 있다.

◇식중독 치료= 대부분 감염성 설사라도 특별한 항생제 치료 없이 전해질 수액 요법과 식이를 통해 회복되는 경우가 많다. 전해질 수액 요법은 설사 치료에 가장 근본이 되는 치료로 보면 된다. 하지만 영·유아의 경우 혈관을 통해 수액치료를 시작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경구 수액제로 초기 4시간 내에 교정을 하고 예전의 정상적인 수유나 정상 식이를 조기에 하도록 하는 것이 표준적인 지침이다. 과거에는 설사하면 무조건 금식을 하거나 우유를 희석해 조금씩 먹이도록 했는다. 하지만 대규모 연구들을 통해 전에 먹던 정상 식이를 조기에 하는 것이 설사의 경과나 증상을 악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설사 기간을 단축시킨다는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결과적으로 금식을 해서 장을 쉬게 하는 것 보다, 조기에 영양을 공급하는 것이 영양 공급 차원은 물론 손상된 장점막 회복을 촉진시키는데 도움이 된다.박영문 기자

도움말= 정진규 충남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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