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 대전시민아카데미에서 경남 하동의 악양면으로 박경리 소설 `토지` 문학답사를 다녀왔다. 답사의 절정은 어둠이 내려앉는 평사리 들판을 가로질러 찾아간 섬진강의 은모래밭에서였다. 강물은 맑고 깨끗했으며 섬진강의 추억은 아름다웠다. 우리는 강물에 발을 담그고 모래밭에 앉거나 누워 노래를 부르고 밤하늘의 별을 보며 4대강 사업을 비껴간 섬진강이 이렇게 살아있음에 감사했다. 사실 4대강 사업으로 걸핏하면 `녹조 라테`가 되는 신세지만 4대강에 얽힌 과거의 추억 또한 그러했다.
4대강 사업은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수감 중인 이명박 전 대통령이 혈세 22조 원을 쏟아 부어 벌인 희대의 토목공사였다. 수질을 개선하고 홍수를 예방하며 안정된 물공급을 확보한다고 내세웠지만 지금 그것을 믿을 사람은 많지 않다. 토건회사들의 배만 불렸을 뿐 강은 오히려 사경을 헤매고 있다. 물그릇을 키우면 물이 맑아진다며 보를 만들고 모래를 파서 강을 깊게 만들었으나 오염원을 차단하지 않고 강물의 흐름만 막은 강은 곳곳에서 녹조가 창궐하며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는 아비규환이 일어났다.
결국 문재인 정부 들어 4대강의 16개 보 중 14곳을 열고 추이를 관찰해 온 결과 수문을 많이 열수록 개선효과가 뚜렷하다는 것이 드러났다. 하지만 수문을 여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경제학에 서 회수할 수 없는 비용을 묻어버리지 않으면 더 큰 비용이 들게 되는 경우를 `매몰비용`이라고 한다. 보를 그대로 두고 계속 들어갈 비용의 총량을 생각한다면 보를 철거하는 것이 합리적 선택이라는 말이다. 그런 결정은 빨리 할수록 좋다. 死대강은 언제나 스스로 `추억`으로 돌아갈 준비가 되어있다. 김석영 수필가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