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문명사의 과정을 돌이켜보면 숲에서 시작하여 들과 강으로 확대되었다. 확장된 도시의 현대사회는 지금도 급속하게 변하고 있으며, 인간은 그 속에서 늘 보편적으로 편리함과 빠름을 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로 인해 많은 사회적 갈등과 환경적 오염 등 부작용을 겪고 있으며, 이를 해소하고자 많은 사람들은 `느림의 미학`과 `무구함`, `순수함`이 남아있는 숲을 다시금 찾고 있는 것이다.

전남 장성에 위치한 축령산 편백나무 숲 역시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까지는 더디었지만 결국 장엄한 모습으로 많은 이들이 찾고 있다. 그리고 숲의 역사와 함께한 춘원 임종국 선생의 이야기는 숲을 찾는 이들에게 `자연의 정직함`을 깨닫게 해준다.

1915년 전북 순창에서 출생한 임종국 선생은 6.25전쟁이 끝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1956년부터 조림에 선구자적 역할을 하였던 인물이다. 곤궁했던 시절임에도 숲의 가치를 깨달은 그는 전 재산을 투자하여 20여 년간 헐벗은 산 570ha에 280만여 그루의 삼나무, 편백나무를 우직하게 심었다.

결국 이 숲은 매년 3만 명 이상의 방문객이 찾는 우리나라 최대의 편백 숲으로 자리잡아 `자연은 배신하지 않는다`라는 당연한 교훈을 남기고 있다.

희생이 담긴 역사를 보상하듯 축령산 편백나무 숲은 방문객들에게 많은 것들을 선물한다. 그 중 하나가 숲에 충만한 편백향이다. 이 향기를 통해 사람들은 후각을 자극함으로써 심리적 안정과 정서적 평안을 찾고 치유를 받는 곳이 이 숲이다.

무엇보다 편백나무 숲이 선물하는 가장 대표적인 것은 `피톤치드`라 할 수 있다. 피톤치드는 나무가 해충과 상처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생성하는 물질로, 사람이 흡수하면 강력한 항균작용을 하면서도 기존의 항생제와는 다르게 내성이 없어 안전한 천연자원으로 잘 알려져 있다.

또 피톤치드가 인간에게 면역력 강화, 스트레스 해소, 긴장완화, 피부미용 등 다양한 기능을 제공한다는 연구결과가 나타나면서, 편백나무를 원료로 만든 다양한 제품들이 쏟아져 나와 피톤치드의 효과를 많은 이들이 경험하고 있다.

산림치유 전문가들은 축령산 편백나무 숲에서 좀 더 효과적으로 자연치유를 경험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도시 생활패턴을 벗어나 신체의 리듬을 전환하는 시간을 가지기를 권장한다.

축령산에 방문하는 국민이 피톤치드를 충분히 마시고 숲을 온전히 느끼도록,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가족과 함께 여유를 가지며 명상과 요가를 통해 심신에 활력을 얻기를 바란다.

느리지만 정직한 역사의 숲은 개인의 삶에도 큰 위로를 선물할 것이다.

윤영균 한국산림복지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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