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예전에 우리가 단일민족이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가르치고 우리가 서로 다르지 않다는 것을 강조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그런 강조들이 우리의 편협함이 되었었고 우리를 고립시키고 뒤쳐지게 했었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나와 다른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우리와 다른 것을 구별하고 차별하는 문제가 남아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갈수록 심각해져 가는 학교나 직장에서의 왕따 문제도 그렇고 정치권에서의 오래된 병폐인 상대방을 존중하지 않고 짓밟으려는 행태들도,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기 보다는 서로 다름을 틀림(잘못됨)으로 여겨서 없어져야 하는 대상으로 여기는 데서 생기는 현상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왜 우리는 다름을 틀림으로 생각하게 되었을까요, 그것은 아마도 어려서부터 다름을 다양하게 경험해보지 못한 것에 원인의 한 부분이 있지 않을까 합니다. 우리나라 부모님들의 교육열은 세계적으로도 알려져 있을 정도이고, 그것은 가정과 교육 현장에서의 치열한 경쟁과 맞닿아 있습니다. 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도 서로 치열하게 경쟁하고, 학급이나 학교 같은 집단으로도 맹렬히 경쟁을 합니다. 그런 와중에 학교에서는 다른 학생들과 좀 다른 (질병이 있거나 장애가 있는) 경우에 적응하기 힘들고 집단간의 경쟁에서 걸림돌로 취급 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예전부터 학교에서는 우열반을 나누어서 수업을 하기도 하고, 공부를 좀 잘한다는 학생들은 이른바 명문학교에 서로 들어가려고 경쟁하기도 하면서, 비슷한 학생들끼리만 어울리고 경쟁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이것이 나름대로 장점도 있었지만, 결국 자라나는 어린 학생들의 환경이 매우 불균형이 되도록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나와 다른 생각, 나와 다른 특성을 가진 친구들과 어울리고 관찰할 기회가 없었고, 그래서 나중에 이질적인 사람들을 만났을 때 편안하게 조화될 수 있는 힘을 갖지 못하게 된 것이지요. 달리 어떻게 대해야 할 지 배우지 못했고 알지 못하기 때문에 조금 다른 특성을 가진 학생들을 쉽게 차별하고 괴롭히면서도 잘못했다는 생각을 못하게 된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환경적으로 불균형 상태에서 자라왔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못하게 된 것이라고 생각되고, 이런 현상이 편만해 있기 때문에 끊이지 않고 비슷한 문제들이 생기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이런 문제의 해결이 조속히 되지 않으면 우리 사회 전체가 점차로 건강하지 못한 사회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습니다.
이제 세계는 글로벌화 되고, 우리나라도 점차 다문화국가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과거의 `우리가 남이가` 라는 구호에서 탈피해서, 서로 다름을 이해하고 수용하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습니다. 이런 시점에서 우리 사회가 보다 건강해지기 위해서는 나와 좀 다른 사람들, 피부색이 다르거나, 종교가 다르거나, 태어난 곳이 다르거나 혹은 장애가 있는 사람들과도 구별하지 않고 다양함이 균형을 이루는 사회로 나아가야 하겠습니다. 유제춘 대전정신건강복지센터장·을지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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