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대로 자치분권과 균형발전 정책이 핵심 국정과제에서 뒷전으로 밀려나는 양상이다. 조직 개편이 임박한 청와대 관련 비서관실의 통폐합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점에서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자영업자 문제를 특별히 강조하고 싶다"며 "청와대에 자영업 담당 비서관실을 신설하고 직접 현장의 목소리를 듣겠다"고 말했다. 그동안의 상황을 복기해보면 자영업을 맡는 비서관실을 만드는 대신 자치분권비서관실과 균형발전비서관실을 하나로 축소하겠다는 의미로 받아 들여진다. 핵심 국정철학 이행에 바짝 속도를 내야 할 임기 2년 차에 되레 후퇴를 하는 셈이니 답답하다.

조직 통폐합도 그렇지만 멀쩡한 기구에 일할 사람이 장기 공석으로 있는 건 더 큰 문제다. 균형발전비서관의 경우 7개월째 비어있다. 자치분권비서관실은 지난 지방선거 출마로 인력이 빠져나가면서 현재 행정관 3-4명이 부족한 상태다. 실무 역할을 해내기 어려운 구조가 장기화됐다. 이래서는 대통령직속 자치분권위원회 및 균형발전위원회 등과 유기적인 관계 속에 콘트롤 타워 기능을 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재정분권 추진이 먹구름에 휩싸인 게 그 방증 중 하나다. 8대 2의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7 대 3으로 조정한다는 게 문 대통령의 지방분권 관련 핵심 공약이었지만 정부 부처가 발을 빼면서 사실상 물 건너갔다.

분권 및 균형발전 정책은 지방의 오랜 염원이다. 임기 내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 국가를 약속한 문 대통령에 대한 기대도 그만큼 컸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기는커녕 뒷걸음질치고 있어 안타깝다. 국세와 지방세 조정 사안에서 보듯 청와대가 앞장 서 구체적인 분권 로드 맵을 제시하고 추진해야 그나마 동력을 얻을 수 있다.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을 담당하고 있는 두 비서관실이 통폐합되면 두 국정 과제 모두 힘을 잃고 마는 건 불문가지다. 언제까지 중앙정부가 재정·법률적 권한을 틀켜 쥐고, 지방을 흔드는 걸 지켜만 볼 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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