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의 만물상' 展 내달 2-29일 롯데갤러리 대전점

영원히 영웅이라고 부를 수 밖에 없는 로봇
영원히 영웅이라고 부를 수 밖에 없는 로봇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이자 일상의 감성을 그림으로 기록하는 작가 이기진의 작품전 `과학자의 만물상`을 내달 2일부터 29일까지 롯대갤러리 대전점에서 진행된다.

이번 전시는 물리학은 기본이고 그림, 조형작업, 글, 출판, 골동수집까지 `딴짓 고수`인 이기진 교수의 머릿속을 전시장으로 고스란히 옮겨보자는 생각에서 시작됐다. 주로 컴퓨터로 작업하는 재기 발랄한 그림 70여 점과 딸 씨엘의 뮤직비디오에도 출연했던 로봇, 금속이나 도자기로 만들어진 크고 작은 로봇 시리즈 500여 점, 전 세계 곳곳에서 컬렉션 한 이기진에게 영감을 준 다양한 골동수집품 등 백여 점이 갤러리 안에서 `만물상`을 구성한다. 예술적인 발견이 물리학적인 영감으로 이어진다고 믿는 과학자 이기진의 상상력 가득한 만물상에서 관객만의 영감을 얻어갈 수 있을 것이다.

이기진 박사는 마이크로파 물리학을 전공했다. 하루 종일 연구실에 처박혀 지내는 동안 잠시 머리를 식히기 위해 그림을 끄적거리다가 이 일이 취미가 되었다고는 하지만 그의 그림 내력은 하루 이틀의 일은 아니다.

그림은 마치 이기진의 일기처럼 그 날의 감상과 영감, 주변의 사물과 추억을 담는다. 수 십 군데로 뻗어나가는 이기진 식 삶의 가지들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주기 위해 이번 전시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구성됐다.

바로 `수집(collections)`, `파리(Paris)`, `로봇(Robots)`이라는 세 개의 카테고리는 이기진 딴짓의 교집합이라 할 수 있다. 각 섹션 별로 대표작품과 함께 그림과 연결된, 각기 다른 곳에서 모은 다양한 수집품을 함께 진열한다. 마치 그의 연구실의 한 켠처럼 연출한 공간에 이기진의 수집품으로 빼곡하게 구성됐다. 그리고 그 수집품들은 그의 그림에 밀접한 소재를 제공한다. 구둣솔, 빗자루, 기름통, 핸드드릴, 구멍펀치, 호치키스, 미피 인형 등 골동과 오래된 그림책, 과자통, 버터 담는 통, 시장바구니, 빵 도마 등 잡동사니인 그의 수집품들은 그림으로 직결된다. 일상의 관찰과 수집이 영감을 제공하고, 기억을 소환해 예술로 변환되는 이기진 식 창작 과정을 전시장에서 느낄 수 있다.

두 번째 카테고리, `파리`의 그림들은 작가의 사랑스러운 딸 채린(CL)과의 오붓한 파리여행에서 시작된다. 모처럼 맞은 휴가를 파리에서 아빠와 같이 보낸 즐거움과 파리의 일상, 즉 음식, 도구, 사랑, 휴식, 낭만의 에피소드를 그림으로 그렸다. 파리 시리즈에서 도드라지는 이기진의 그림은 단순한 라인과 색으로 그려지지만 의외의 디테일은 작품을 보는 재미를 더한다. 구두를 닦는 잠옷 입은 중년부인의 살짝 드러난 가슴과 빨간 빤스, 먹고 버린 체리 꼭지 두 개, 한 쪽만 슬리퍼를 신은 발로 조개 껍질을 지그시 밟은 신부님, 너무 맛있어서 잠그는 것을 잊은 수도꼭지, 코 밑 덜 깎인 수염 등 유쾌하고 긍정적인 작가의 성격처럼 작품에는 위트와 유머가 넘친다.

마지막 카테고리인 로봇은 두 딸 채린이와 하린이를 위해 처음으로 그려준 동화 `박치기 깍까`가 시작이다. 로봇은 이기진 작가의 유학시절에 오랜 외국생활을 함께 하는 딸들이 한국어를 잊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과, 낯선 환경에서도 용기를 내서 생활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쓰고 그린 동화에 처음으로 등장한 것이다. 로봇은 어린 시절 두 딸의 상상력의 원천이 되어주던 임무를 완수하고, 이제는 이기진 작가 곁에서 그림책이나 웹툰 캐릭터, 로봇조형물, 다양한 아트상품으로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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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과의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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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병을 든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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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펠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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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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