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모순을 보이고 있다. 폭염으로 전력 사용량이 연일 최대치를 경신하면서 원전가동률을 높여야 하는 사태를 맞았기 때문이다. 올 들어 첫 최대전력수요는 8631만kw로 지난 16일 기록했다. 기존 여름철 최대전력수요였던 2016년 8월 12일의 8518만kw를 한 달 가량 앞서 갈아치웠다. 이마저도 폭염이 지속되면서 18일 8671만kw, 19일 8759만kw, 20일 8808만kw 등 일주일 새 4차례의 최대사용량 기록을 경신했다. 지난해 12월 정부가 밝힌 올 여름 최대 전력수요는 8750만kw다. 7월 중순에 이미 정부의 예측을 뛰어넘었으니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다음 달이 벌써 걱정이다.

전력사용량 신기록 행진은 일찍 찾아온 폭염 영향이 적지 않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의 안이한 수요예측도 문제가 있다. 지난 5일 올 여름 최대전력 수요시기를 8월 둘째, 셋째 주로 예상했지만 지난 주 이미 시작됐다. 이에 대처하기 위해선 수요를 줄이거나 공급을 늘여야 하는데 사용량을 줄이긴 마땅치가 않다. 할 수 없이 쉬고 있는 원전을 돌리는 방법을 선택하기로 했다. 원전 24기 가운데 현재 16기만 가동 중인데 21일 1대, 다음달 1대 등 2대를 추가로 가동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쉬는 원전은 지난해 여름 8기, 겨울 10기보다도 적어지게 된다. 정부가 탈원전을 내세우면서도 원전 가동률을 높이고 있는 셈이다.

탈원전 정책이후 태양광 시설로 전국의 산림과 환경이 파괴되고 있다. 값싼 원전 대신 늘어난 가스와 유연탄 발전으로 한전의 적자가 쌓여 전기료 인상을 압박하고 있다. 최근엔 급증하는 전력사용으로 전력대란마저 우려되고 있다. 정확한 분석도 없이 원전만 줄인다고 탈원전이 되는 게 아니다. 공급대책을 확보한 뒤에 원전을 줄여야 한다. 급하다고 원전 가동률을 높여야 한다면 첫 단추부터 잘 못 꿴 것이다. 탈원전 정책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