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대전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단편 독립영화 `아구들`의 시사회가 열렸다. 대전에서 만들어지는 독립영화 중에서 대학교 영화전공 워크숍 작품이 아닌, 일반인이 만든 독립영화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독립영화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듣기로는 이 영화를 만든 박성배 감독 또한 번역가로 활동하면서 생계를 유지하고, 틈틈이 제작비를 모아 독립영화를 만들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여건에도 불구하고 최근에는 독립 장편영화도 선을 보이고 있다. 대전 독립 장편영화의 시작을 알린 작품은 작년에 제작된 `싫은 건 아니지만`(오세섭, 2017)이다. 이어서 `대전로코`(배기원, 2018)가 완성되었다. 그리고 올해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에서 처음으로 진행한 장편 독립영화 제작지원 당선작이 이제 크랭크 인을 앞두고 있다.

나는 이 제작지원 프로그램이 정착되어 대전에서도 안정적으로 장편 독립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대전 독립영화의 다양성이 확장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장편 독립영화 제작지원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동안 시행되었던 단편영화 제작지원이 중단되었다는 점이다. 작년까지는 총액 1000만 원 안에서 3편의 단편영화를 지원했다. 장편 독립영화 제작지원이 생긴 건 좋지만, 그렇다고 단편영화 지원사업이 사라질 것까지는 없었는데.

모든 영화인은 단편영화를 통해 성장한다. 연출자는 그 바닥에서 자신의 부족함을 배운다. 스태프와 배우들 또한 자신의 성향과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다. 영화를 꿈꾸는 사람들이 교류할 수 있는 장이 되기도 한다. 이렇게 단편영화의 제작 현장은 학교에서 배울 수 없는 것을 알려주는 영화의 학교이다. 문화와 예술의 영역에서도 단편영화는 언제나 최전선에 서 왔다. 상업영화가 담아내지 못하는 주제와 형식, 이야기와 캐릭터를 보여주거나 모순된 현실을 비판하고,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을 드러내기도 한다. 만약 대전에서 영화예술이 발전하기 원한다면 그리고 대전의 문화가 융성해지기 원한다면, 그저 단편영화를 사랑하면 될 것이다. 콩나물시루에게 하듯, 그렇게 물을 듬뿍 주시면 됩니다. 오세섭 독립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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