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진 시네마 수프] 씨 인사이드·언터처블:1%의 우정

실화를 바탕으로 한 두 개의 영화가 있습니다. 두 영화의 주인공은 모두 젊은 나이에 부주의로 인한 사고로 경추 손상을 입고 전신마비를 갖게 된 중년의 남자입니다.

영화 `씨 인사이드`의 주인공 라몬은 존엄사를 허가 받기위해 법원에 청원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한 영화 `언터처블:1%의 우정` 속의 주인공 필립은 24시간 자신의 수족으로 일해 줄 남자 조무사를 채용하기 위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인터뷰의 진행도 필립의 개인비서인 마르셀이 진행하고 있습니다. 파리의 고급주택가의 대 저택에서 개인비서, 집사, 물리치료사, 정원사까지 자신만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을 두고 사는 필립. 호화로운 저택에서의 숙식제공과 충분한 보수로 그의 간호조무사가 되려는 지원자는 줄을 섭니다. 판에 박은 가식적인 대답에 질려하던 필립은 실업보조금을 목적으로 구직활동의 증빙을 만들려고 온 불량해 보이는 청년 드리스를 자신의 간호조무사로 채용합니다. 자신을 장애인이 아닌 일반 사람처럼 대하는 장난기 가득한 드리스와 함께 하면서 웃음을 찾고 새로운 사랑을 꿈꾸기까지 합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의 모델인 필립 포조 드보르고는 실제로 프랑스의 최상류층으로 큰 기업을 소유하고 있다고 합니다.

반면 자신의 스페인 최초로 합법적 존엄사를 요구한 라몬 삼페드의 이야기인 `씨 인사이드`의 라몬은 조용한 농가에서 형과 형수 그리고 청년이 된 조카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선원으로 배를 타고 세계를 다니던 삶을 사랑하던 청년이었던 라몬은 20대 중반에 다이빙 사고로 전신마비에 이르고 누워서 지낸지 28년째인 남자입니다. 바다를 사랑하던 수려한 청년은 이제 머리가 완전히 벗겨진 대머리의 중년아저씨가 되었습니다. 그를 돌보아 온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로는 그의 형수인 마누엘라가 시동생인 라몬을 씻기고 입히고 돌아 뉘이고 먹이는 모든 일을 도맡아 하고 있습니다. 라몬의 아버지는 `아들이 죽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운 것은 아들이 죽고 싶어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라몬의 형도 자신의 집에서는 자기가 죽기 전엔 누구도 죽을 수 없다`며 동생의 존엄사를 반대합니다. 그러나 연로한 아버지와 이제 자신도 노년으로 접어드는 형에게 형이 죽고 나면 자신은 어떻게 하겠냐고 말하는 라몬. 그는 내심 남은 가족인 이제 겨우 청년기에 접어든 조카와 그간 고생한 형수에게 더 이상 짐이 되기를 원치 않는 듯합니다. 라몬의 안락사 청원을 둘러싼 말다툼 끝에 라몬의 형은 익사 직전 동생을 구해낸 바로 그 순간부터 자신도 노예생활을 했다고 울부짖고 맙니다.

자신은 죽음을 바라지만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자살을 시행할 수도 없는 라몬은 그러나 자신의 죽음으로 인해 주변의 누구도 감옥에 가지 않길 바라기 때문에 어떻게든 합법적인 안락사를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스스로도 퇴행성 질환을 앓고 있는 변호사 줄리아가 라몬의 존엄사 청원을 무료로 도와주기위해 라몬을 방문합니다. 과거 자신이 갖고 있던 자유의 부스러기라며 휠체어조차 거부하던 라몬은 공판을 위해 수년 만에 휠체어에 앉아 법정에 나서고 법원 앞에는 "삶은 의무가 아니라 권리이다"라는 구호와 함께 존엄사를 지지하며 수많은 사람들이 라몬을 지지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절차적 문제로 판결을 내릴 수 없다는 법원의 입장에 라몬의 바램은 무산됩니다. 결국 라몬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두 함께 동참하여 누구도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 존엄사를 시도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존엄사`라는 단어는 `존엄한 삶`이란 말의 동전의 양면입니다. 인간으로서 존엄한 삶이 가능하지 않기에 존엄한 죽음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그러나 존엄이라는 것은 너무나 상대적이고 주관적일 수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어떠한 상황과 어떠한 삶의 모습을 더 이상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유지하지 못하는 상황과 삶의 모습이라고 선을 그을 수 있을까요. 그리고 무엇을 기준으로 누군가에게 죽음을 허용하고 누군가에게 불허할 수 있을까요. 정말 어려운 문제입니다.

다만 `삶은 의가 아니라 권리다`라는 문장의 주어는 죽음이 아니라 삶이라는 것을 생각해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존엄한 죽음을 고민하기 전에 존엄한 삶을 위한 필요한 것들을 생각해 봅니다. 두 영화의 주인공들은 그간 십년 이상의 전신마비의 중증장애와 함께 지내 온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한 남자는 존엄사를 그리고 다른 한 남자는 새로운 아내를 찾고 있습니다. 기상부터 물리치료와 마사지, 목욕과 식사를 도와주는 치료사와 조무사, 개인적인 편지작성까지 일일이 도와주는 개인비서와 함께하는 필립이 새로운 사랑을 꿈꾸는 것과, 가족들의 희생으로 생존하고 있는 라몬의 죽음을 꿈꾸는 모습의 대비는 더욱 가슴을 아프게 합니다.

이현진 극동대학교 미디어영상제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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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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