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의 한낮 온도가 35도까지 올라가고 해가 진 후에도 열섬현상이 이는 폭염이 연일 지속되는 가운데 시민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힘겹게 폭염 탈출에 나서고 있다.

시민들은 시원한 에어컨을 찾아 카페나 도서관으로 피서를 가는 `에어컨족`, 열섬현상을 피해 천변으로 향하는 `캠핑족`, 더위를 더위로 물리치는 `이열치열족` 등 천태만상을 보이고 있다. 대전의 한 중소기업에 다니는 김수현(38·대전 서구 도마동)씨는 퇴근 후 곧바로 집으로 가지 않고 인근 커피숍으로 향한다. 김 씨는 "폭염으로 에어컨을 밤새 켜놓아야 하는데 전기세 폭탄이 두려워 집 근처 카페에서 더위를 식힌다"며 "시원한 음료를 마시면서 카페에서 다음 날 해야 할 업무까지 볼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에어컨이 빵빵한 카페에는 오후 9시가 넘어도 손님이 빠지지 않는다.

자녀를 둘 키우는 주부 이성희(40·대전 서구 둔산 2동)씨도 저녁만 되면 자녀를 데리고 인근 카페에서 더위를 피한다.

이 씨는 "폭염이 이어지면서 최근엔 저녁을 먹은 후 카페로 오는 게 일상이 됐다"며 "아이들과 책을 보기도 하고 이야기도 하는 시간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 서구 월평동의 한 커피숍 사장은 "연일 폭염이 지속되다 보니까 카페로 피서를 오는 분들이 많다"며 "오후 11시에 문을 닫는 데 그 때까지도 거의 만석"이라고 말했다.

지난 16일 오후 9시가 넘은 시각. 대전 갑천변과 유등천변 등 천변에는 열섬현상을 피해 온 시민들로 붐볐다.

천변 곳곳에는 텐트를 치고 더위를 피하는 시민들로 가득찼다.

가족과 함께 갑천변에 나온 김 모(46·서구 월평동)씨는 "집에서 에어컨을 틀어도 더위가 가시지 않아 나왔다"며 "시원한 강바람에 더위를 피하고 가족들과도 오순도순 이야기할 수 있어 이번 여름엔 때마다 나올 계획"이라고 말했다.

더위를 더위로 맞서는 이들도 있다.

회사원 표형일(32)씨는 인근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며 더위를 이겨낸다. 표 씨는 "덥다고 해서 시원한데만 찾을 게 아니라 근본적으로 체력을 길러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헬스장을 등록했다"며 "직장 동료들과 함께 더위를 이겨내는 방법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지방기상청 관계자는 "대전은 17일 폭염 경보가 발효됐으며 폭염에는 낮 동안의 야외활동을 가급적 자제해야 한다"면서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고 휴식을 취하는 등 건강관리에 각별히 유의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전국 응급의료기관 519곳에 지난 12일부터 15일까지 신고된 온열환자는 285명으로 이중 2명이 사망하는 등 전국적으로 폭염으로 4명이 사망했다. 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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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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