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 3차 구조 형성 핵심요인 규명

라민에 의한 유전체 3차 구조 및 유전자 발현 조절 모식도. 라민이 결실된 세포에서는 압축되었던 스프링이 늘어나듯이 지속적 헤테로크로마틴이 팽창한다. 결국 선택적 헤테로크로마틴과 인접한 유크로마틴의 3차 구조가 변형돼 유전자 발현 양상이 달라진다. 자료=한국연구재단 제공
라민에 의한 유전체 3차 구조 및 유전자 발현 조절 모식도. 라민이 결실된 세포에서는 압축되었던 스프링이 늘어나듯이 지속적 헤테로크로마틴이 팽창한다. 결국 선택적 헤테로크로마틴과 인접한 유크로마틴의 3차 구조가 변형돼 유전자 발현 양상이 달라진다. 자료=한국연구재단 제공
`생명의 설계도` DNA의 입체적인 형태를 제어하면서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핵막단백질의 역할이 보고됐다. 조로증을 비롯한 유전성 질환 치료의 열쇠가 될 지 주목된다.

한국연구재단은 김영조 교수(순천향대학교), 샤오빈 젱·이쉬안 젱 박사(미국 카네기연구소) 국제공동연구팀이 핵막 단백질인 라민이 유전체 3차 구조를 통해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과정을 규명했다고 17일 밝혔다.

DNA는 단단히 꼬이고 접혀져 있다가 필요한 부분을 느슨하게 펴서 유전정보를 발현한다. 타고난 DNA 염기서열의 이상과 관계없이 후천적으로라도 DNA의 3차원 입체구조에 문제가 생기면 유전정보 발현 양상이 달라지면서 질환이 유발될 수 있다.

유전체 3차 구조 연구는 아직 그 역사가 10년도 채 되지 않을 정도로 초기단계다. 전통적인 유전학의 관점에서는 선천적으로 부여되는 DNA 염기서열과 여기에 특이적으로 결합하는 전사인자들이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방식에 주목했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유전자를 둘러싸고 있는 화학적, 물리적 환경 또한 유전자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후성유전학적 변이와 유전체 3차 구조가 유전자를 조절하는 기본 원리를 이해하려는 연구가 전 세계적으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연구팀은 세포의 핵막에 존재하는 라민이 DNA의 특정 부위가 팽창하거나 핵막으로부터 분리되는 것을 억제함으로써 3차 구조 형성과 유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규명했다. 라민이 없는 세포에서는 DNA 특정 부위의 3차 구조가 변형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면 해당 부위의 유전자들은 비정상적으로 발현된다.

이번 연구결과는 조로증을 비롯해 라민 돌연변이로 인해 발생하는 약 20가지 유전성 질환의 원인 규명과 치료제 개발의 토대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김영조 교수는 "이 연구는 DNA 3차 구조 형성에서 핵막단백질의 역할을 최초로 증명한 것"이라고 연구의 의의를 설명하며 "향후 노화와 퇴행성 질환에서의 라민과 유전체 3차 구조의 역할을 규명하고, 이를 토대로 기존과 전혀 다른 신개념 바이오마커를 발굴할 계획"이라고 후속연구 계획을 밝혔다.

이용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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