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국회의장이 어제 제헌절 경축사를 통해 밝힌 개헌 관련 언급은 구구절절 옳은 얘기들이다. 의회주의자로 통하는 문 의장의 개헌 지론이 잘 집약돼 있기도 하고 무엇보다 논리적으로도 앞뒤가 들어 맞는다. 그런 문 의장이 "올해 연말까지 여야 합의된 개헌안을 도출"을 목표치로 제시해 눈길을 끈다. 이를 계기로 개헌론이 다시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점쳐지는 가운데 여야 정치권 반응도 나쁘지 않은 듯하다.

문 의장이 지적했듯이 국민 80%가 개헌 재추진을 원하고 있는 이상 국회는 마땅히 이에 응답해야 책무가 있음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문 의장이 "31년 전 옷을 그대로 입기에는 너무 커져있다. 이제 헌 옷을 과감히 벗어버리고 새 옷으로 갈아입을 때가 된 것"이라는 비유법까지 구사하면서 개헌 당위를 조리 있게 강조한 대목은 그래서 거부감이 들지 않는다. 자연히 알아 듣기 쉽고 귀에 쏙 들어오는 효과를 낳는다. 문 의장의 발언중 "지금의 정치파행의 악순환은 모든 힘이 최고 권력자 한사람에게 집중되는 현재의 권력구조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한 대목도 `함의`가 깊어 보인다. 요컨대 현행 헌법을 그냥 놔두는 한 그 절대권력을 취하기 위한 정글체제의 정치를 퇴출시킬 수 없다는 것이고 부연하면 권력구조를 손질할 필요성을 역설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처럼 국회 수장인 문 의장이 개헌논의 재개를 견인하고 여야 각 정파들도 조건 없이 대화 테이블에 앉아 중지를 모으다 보면 개헌 종착역이 가시권에 들어올 수 있는 문제다. 비록 지방선거 동시 개헌 투표는 불발됐지만 지난 과거사는 묻어버리는 수밖에 없고 우선은 여야가 `개헌이몽`에서 깨어나도록 해야 한다.

개헌추진도 타이밍이 맞아야 하는 법이고 올 하반기가 그에 해당한다고 본다. 연내에도 결말을 보지 못하면 사실상 20대 국회 임기중 개헌 실현은 물 건너갈 공산이 크다. 그런 상황은 최악인 동시에 국회의 직무유기나 진배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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