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칼럼] 감염병과의 전쟁

1970년대 후반에 대학을 다닌 필자는 대학생 시절 중환자실 실습 동안에 욕창을 가진 사지마비 환자의 상처에서 구더기가 자라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경악했던 일이 있었다. 구더기 치료법은 1800년대 초 나폴레옹 전쟁과 1차 세계대전 때 상처 부위에 구더기가 생긴 환자들이 그렇지 않은 환자들보다 빨리 치료되는 것에서 착안해 개발됐다. 2차 세계대전 기간에도 널리 사용됐으나 1940년대에 페니실린이 발명되면서 거의 사용되지 않다가 지금은 항생제의 내성 때문에 다시 이용하게 된 치료법이다.

지난해 11월 귀순한 북한병사의 수술과정에서 기생충이 발견됐다는 보도를 기억한다. 외과 간호사였던 나는 40년 전에도 장 수술환자나 장 폐쇄 환자의 장내 감압을 위해 삽입한 비위관(Levin Tube)을 통해 기생충이 배출되거나 담즙배액 관을 통해 간흡충(간 디스토마)이 발견되는 일은 드문 일이 아니었던 경험이 있다. 지금은 기생충 감염은 먼 나라의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감염은 생물의 출현과 진화의 역사와 함께 했고 이는 사람의 질병에 있어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인류의 역사는 전염병의 역사와 함께 흘러왔고 인간이 지구상에 잔존하는 한 계속 될 것이라 한다.

또 병원 감염은 과거에도 있었으나, 최근에 와서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이며 원인은 의학의 발전 그 자체다. 의료기술의 발전으로 인간의 수명 증가에 따라 노인인구 및 만성 퇴행성 질환이 증가했고, 이식수술이나 항암치료 등 현대적인 치료는 환자의 생명을 구하기는 하지만 면역억제 약물들의 치료로 저항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이는 각종 세균이나 병원균에 취약해 질 수 밖에 없으며 또 병원에서 환자 치료를 위해서 불가피하게 시행되는 각종 주사, 검사 처치 수술 등은 환자의 체 내에 병원체의 침범통로를 새로 뚫어놓는 역할을 하게 된다.

의료관련감염 발생은 환자 군의 특성, 병원의 특성, 감염의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입원환자의 5-10%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환자나 보호자 손에서 항생제 내성 균이 24%나 검출됐고 병원 밖 일반인의 손에서도 무려 18%나 검출됐다는 조사도 있다. 따라서 손을 깨끗이 씻는 일이야말로 평범하지만, 병원감염을 예방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하고 필수적이며 또한 경제적인 방법이다. 또한 현대인의 스트레스, 불균형한 식사, 각종 환경 공해 등도 면역저하를 유발해 감염에 취약해 질 수 있다. 기온상승에 따른 모기가 옮기는 열대·아열대성 풍토병인 말라리아, 뎅기열 등의 감염병도 계절과 관계없이 전 세계에서 증가하는 추세다.

우리도 경제성장에 따른 해외여행이 늘어나면서 세계 각국의 풍토병을 옮겨오는 경우가 늘고 있다. 해외여행 중에는 피로가 누적되고 기후가 달라 신체의 면역이 낮아지고, 풍토병에 대한 면역체계가 없어 현지인보다 쉽게 감염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도 1군 법정 전염병인 콜레라 환자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고 `후진국형 전염병`이라 불리는 결핵, 장티푸스, 홍역 등 인류가 정복했다고 여겼던 전염병이 최근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2015년에 온 나라를 혼란스럽게 했던 메르스의 경우처럼 전염병은 과거의 역사에도 언제나 예고 없이 찾아왔다. 전염병의 주 원인인 세균과 바이러스는 조금만 경계를 늦추면 언제든 다시 찾아올 수 있으므로 국가, 국민 모두가 감염예방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혜옥 건양대병원 간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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