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사회의 시대정신은 단연코 자치분권이다. 고도 성장기에 효과적이었던 중앙집권적인 국가 운영방식이 경기침체로 인해 저성장이 고착화 되면서 자치분권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주목 받고 있다. 자치분권은 주민이 스스로 생활 속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참여하고 해결할 때 삶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 출발한다. 필자도 이러한 인식을 같이하면서 민선 7기 유성구정의 정책기조로 자치분권을 전면으로 내세우고 있다.

때마침 문재인 대통령도 취임 직후 `연방제에 버금가는 강력한 지방분권제를 만들겠다`고 언급하며 자치분권에 속도를 낼 것을 주문했고, 정부에서도 지난해 10월 `내 삶을 바꾸는 자치분권`이라는 비전 아래 자치분권 로드맵을 발표했다. 앞으로 로드맵대로 진행되면 자치입법권, 자치조직권, 자치재정권, 자치행정권 등 4대 지방자치권을 제도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자치분권의 제도적인 보장을 기다림에 앞서 지금이야말로 지방정부의 성숙된 역량과 자치분권 운영방식이 중앙집권보다 더 효율적이라는 것을 우리가 먼저 보여 주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이런 측면에서 민선 7기 유성은 자치분권을 선도할 수 있는 주민 역량과 인프라를 이미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6.13 전국동시 지방선거에서 보았듯이 유성은 대전의 5개 자치구 중에서 유일하게 전국 투표율(60.2%)을 상회하며 가장 높은 투표율(61.7%)을 기록한 바 있다. 여기에는 수년 간 마을축제를 직접 기획하고 진행했던 주민들의 수준 높은 주인의식, 구민배심원제를 접목해 마을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려 했던 주민참여예산제도, 살아있는 학습공간으로 자리매김한 작은 도서관과 공공도서관 등이 주민들의 생활정치 역량을 키우는데 어느 정도 일조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공공지원정책의 시행기준 중 하나로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다. 이른바`팔 길이 원칙`(Arm`s Length Principle)으로, 공공에서 지원은 하지만 민간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한다는 취지다. 자치분권의 핵심이 중앙정부의 지원은 받되, 간섭을 최대한 허용하지 않는 것처럼 새로 시작되는 민선 7기 구정의 모든 공공정책 또한 팔 길이 원칙에서 출발하려 한다.

먼저 지역의 모든 정책 수립과정에서 이해 당사자인 주민이 소외되지 않도록 정책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그 동안의 주민지원사업 중에 행정의 지나친 간섭은 없었는지 제도와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점검하고 보완할 예정이다. 또한 주거, 보육, 경제 등 마을공동의 문제해결을 위해 주민들이 모이고 소통할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과 지속적인 마을공동체 활동을 위한 거점 공간을 조성하고,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필요한 사업을 계획하고 추진하는 유성형 마을공동체 만들기 사업을 올해부터 본격화 하려 한다.

아울러 민간부문과 네트워크 역할을 수행하고 주민주도형 사업발굴에서부터 교육, 컨설팅, 우수사례 전파 및 입체적 홍보에 이르기까지 원스톱으로 종합지원이 가능한 유성구 마을공동체지원센터를 임기 내 설치할 계획이다. 이미 안정화 단계에 올라 선 마을축제는 마을 정체성과 고유문화를 바탕으로 동별 주민축제 준비위원회를 주민참여 기구로 상설화해 마을단위 문화가치를 재발견하고 지역문화를 활성화하는 구심점으로 삼고자 한다.

구청장 혼자 꾸는 자치분권은 꿈에 머물 수 있다. 하지만 35만 유성구민과 함께 꾸는`자치분권 유성`은 현실이 될 수 있다. `다함께 더 좋은 자치분권 도시 유성`을 만들기 위해 35만 유성구민의 많은 성원과 동참을 기대한다. 더 좋은 자치분권은 이미 유성에서 시작되고 있다. 정용래 대전 유성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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