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조직 개편을 앞두고 지방분권과 국토 균형발전 의지가 후퇴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주는 건 유감이다. 청와대는 최근 2기 출범을 위한 직제 개편을 하면서 지방정책과 관련된 조직의 축소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일자리 창출 역량 강화가 과제 라지만 지방정책을 담당해온 조직부터 없애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 지방이 국정의 최우선 순위에 있어도 모자랄 판에 홀대를 하는 것 같아 영 씁쓸하다.

현재 분위기대로라면 균형발전비서관 업무가 자치분권비서관실로 흡수통합 되는 쪽으로 가닥을 잡는 모양이다. 정무수석실 산하 자치분권비서관과 정책실장 직속인 균형발전비서관의 업무가 중복될 수 있다는 판단에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방과 수도권의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는 게 부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방의 여러 자치단체 간 여건과 입장이 크게 달라 지방정책의 청와대 컨트롤 타워 중요성은 여전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부터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을 공약하고, 정책화해왔다. 정부출범 이후에도 거듭 지방자치를 강조하면서 최근에는 대통령과 시·도지사 간 회의 정례화까지 약속한 바 있다. 아쉽게도 현실은 거꾸로 가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 지방선거와 동시에 추진해온 지방분권 개헌이 무산되면서 지방의 박탈감과 상실감이 적지 않다. 말로만 지방을 외치면서 청와대 비서실에 관련 비서관 자리 하나 두지 않았던 역대 정권과 다를 바 없는 길을 걷겠다는 건가.

민선 7기가 막 첫 걸음을 뗀 지금은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의 고삐를 더 죄고 속도를 바짝 내야 할 때다. 분권 로드 맵을 보다 정교하게 가다듬고, 정책 실현의 바탕이 될 법과 제도 정비에 나서야 한다는 의미다. 지자체의 자치입법권·자치조직권·자주재정권 등을 헌법안에 담아내는 작업도 병행해야 한다. 행정안전부나 자치분권위원회 같은 대통령 직속기구의 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청와대의 의지와 노력 없이는 분권과 균형발전은 요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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