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대책위원장 선임을 앞두고 계파 갈등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됐던 자유한국당 의원총회가 비교적 순탄하게 끝났다. 당초 16일 열린 의총은 당의 향후 진로를 결정짓는 비대위원장 선출을 앞둔 마지막 의총이라는 점에서 당내 계파 갈등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전망됐었다. 특히 지난주 열렸던 의총에서 김성태 대표 권한대행의 사퇴를 촉구하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인 친박계 성향 의원들과 김 권한대행 등 바른정당 복당파 의원들 간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더 이상의 갈등이 오히려 당에 해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일부 의원들의 개인 의견이 표출되는 선에서 의총이 마무리됐다. 또 이날 의총에서는 비대위원장 선출을 위한 전국위원회를 앞두고 비대위원장 후보군들에 대한 선호도 조사를 진행하는 등 비대위원장 선출 수순에 돌입하면서 당내 갈등이 봉합되는 분위기도 연출됐다.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의총에서는 김 권한대행이 지난 의총에서의 고성과 막말 논란 등에 사과하면서 갈등이 분출되지 않았다. 일부 강경파 의원들은 김 권한대행에 대한 불신임을 주장하며 사퇴를 촉구하는 발언을 이어갔지만 극한 대립으로 치닫지는 않았다는 게 참석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어차피 비대위가 구성되고 비대위원장이 선출되면 김 권한대행이 원내대표로 복귀하는 만큼 사퇴시키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게 당 안팎의 분위기다.

하지만 비대위의 권한과 운영기간 등을 둘러싼 갈등은 여전히 수면 아래에 존재하고 있다. 당장 비대위 구성이 당내 큰 흐름속에서 이뤄졌다면 권한 등은 계파간 이해득실이 달렸다는 점에서 언제든 갈등이 촉발될 소지가 있다. 실제 친박계 김진태 의원은 "당에서 비대위원장 후보로 압축한 김병준 국민대 명예교수나 박찬종 변호사 둘 다 마음이 들지 않는다"며 "비대위의 활동기한은 3개월로 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복당파 등은 김병준 교수의 선출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당 안팎에서는 김 교수가 비대위원장 후보로 최종 낙점을 받았다는 소문도 무성하다.

이날 김 권한대행은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비대위원장 선출에 관한 의견이 한 곳으로 모일 것 같다"면서 "화합과 혁신을 위해 전국위에서 비대위를 잘 출범시키겠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한국당이 비대위체제로 당을 정비하기 위해 넘어야 할 마지막 능선이 17일 있을 전국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아직 상당수 의원들이 비대위와 관련해서 불만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한국당이 혁신비대위 체제로 당을 정비하기 위한 9부 능선을 넘었지만 17일 있을 전국위에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촉발될 가능성도 있다"면서 "비대위가 구성을 마쳐도 쇄신안 내용을 두고 당내 갈등은 여전히 존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인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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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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