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 건설현장 파고든 외국인 ④인권 사각지대

충청권 건설현장으로 몰려든 불법 외국인 노동자들이 인권 사각지대로 내몰리고 있다. 밤낮 할 것 없이 공사에 투입되거나 숙식을 현장에서 해결하는 것은 물론, 작업 중 크게 다쳐도 치료가 어렵다. 관리당국의 단속에 도주를 하다 부상을 당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다문화 기관이나 인권·시민 단체들은 이들을 무조건 배척하기보다 인권을 바탕에 둔 합법적 구제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불법체류자의 현실은 참혹했다. 원룸에 6-7명이 모여 살며 숙식을 해결했다. 세종시 장군·금남면 일대 아파트, 원룸이 그랬다. 매일 숙소에서 잠을 잘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관리당국의 단속이 조여오거나 내국인 노동자-건설업체 간 갈등으로 시위가 벌어지면 건설현장을 벗어나지 못한 채 공사 중인 건물 속에서 잠을 잤다. 임금체불도 부지기수다. 급여를 받지 못하더라도 호소할 곳은 없다.

전국건설노동조합 대전세종지부 관계자는 "노조원들 얘기로는 현장 숙식뿐만 아니라 단속 시간을 피해 공사현장에서 야간에 일을 하는 장면도 목격했다고 한다"며 "불법체류자들이 현대판 건설 노예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혜택을 제대로 받기 어려운 불법체류자를 비롯한 외노자들은 매주 일요일마다 평균 30-40명씩 대전이주외국인종합복지관이 운영 중인 외국인 무료진료소를 찾는다. 외국인 무료진료소에는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12년간 34개국 1만 7246명의 외국인이 3만 8190건의 치료를 받았다. 대다수 외노자들은 강도 높은 노동환경으로 골절이나 관절계통 치료를 비롯해 불규칙적인 식사로 인해 발생한 위장장애를 치료받으려 방문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달 중순에는 외노자 A 씨가 한국인 작업반장으로부터 구타를 당해 대전외국인복지관에 피해를 호소하는 사건도 벌어졌다.

대전외국인복지관 관계자는 "외노자가 구타를 당하는 사건 외에도 취업비자 만료가 임박해 퇴직금을 요구해도 받지 못하는 등 피해상담사례가 접수되고 있다"며 "구타를 당한 내용을 토대로 경찰 외사계에 도움을 청해 상담을 받도록 인계했었다"라고 말했다.

인권단체는 고용허가제의 맹점을 꼬집었다. 체류기간 연장이 허가되더라도 최장 4년 10개월에 불과하고, 사업장이 폐업하지 않는 경우 타 지역 사업장으로 이직이 어렵다는 점은 독소조항으로 꼽힌다. 비자기간이 종료되면 불법체류자 신분을 갖게 되는 것은 기본이고 부득이한 사유로 타 지역 사업장으로 이직해도 불법체류자다. 외노자를 합법적으로 고용하려 만든 제도가 되려 불법체류자를 양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상재 대전충남인권연대 사무국장은 "건설업계도 외노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외노자의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위법성을 가려 불법체류자를 강제 추방하는데 그치지 말고 법적 테두리를 벗어나더라도 인권을 우선한 제도나 방안을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욱·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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