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부개척 시대에 있었음 직한 일이 충청에서 벌어지고 있다. 철도 레일 공사를 중국인들이 도맡아했듯 대전과 세종 등지의 건설 노동을 외국인들이 하고 있다는 얘기다. 세종시 일대에 건설 붐이 일자 외국인 노동자들이 대거 몰려와 차이나 타운을 방불케 할 정도라고 한다. 중국인뿐 아니라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등 아시아 출신 노동자들이 공사를 책임지다시피 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3D 업종 기피로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는 건설업계로서는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다. 무엇보다 내국인보다 인건비가 저렴하다. 공사 자재를 나르는 따위의 단순 공정을 처리하기에는 전문기술이 없어도 충분하기 때문에 이 것 저 것 따질 계제가 아닌 모양이다. 그러다 보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식의 외국인 건설노동자 고용이 일반화되다시피 했다. 하지만 기술력이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신분 마저 불분명하니 책임 있는 시공이 이루어질 턱이 없다.

심각한 건 불법체류자의 대거 유입이다. 지난해 대전과 세종, 충남지역 건설현장 등에서 불법으로 일하다 적발된 불법체류자는 206명이나 된다. 적발인원보다 수십 배에 달하는 불법체류자가 활동한다는 게 지역 건설업계의 추정이지만 단속은 쉽지 않다. 10명에 불과한 단속 인력이 현장에 나갔다가 검거는커녕 흉기 위협에 물러난 사례가 있을 정도다. 더 늦기 전에 외국인 건설노동자에 대한 관리 대책을 세울 때다.

출입국사무소의 단속인력을 증원하고, 고용노동부에 수사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시행사-하도급업체로 이어지는 건설 생태계에서 중개인을 고리로 한 불법체류 외국인노동자들의 대거 유입 구조도 깊이 있게 들여다 볼 일이다. 강력 범죄를 우려하는 지역사회 목소리도 흘려 들어서는 안 된다. 이 참에 정부는 내국인 건설직 취업자에 대한 장려·유인책을 강구해야 한다. 일본 기업의 `숙년(熟年) 사원` 같은 우대 정책이 없이는 건설 현장은 감당하기 힘든 지경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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