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진 등 경제가 안팎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행이 올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조정했다. 한은은 어제 발표한 `2018년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을 2.9%로, 내년은 2.8%로 제시했다. 앞서 4월만 해도 올 성장률 3.0%, 내년 2.9%로 내다봤다. 한은이 성장률을 2.9%로 전망한 것은 지난해 10월 이후 처음이다. 올 들어선 내내 3.0% 성장이 가능하다고 발표했지만 하반기 들어서자마자 눈높이를 낮췄다. 따라서 2년 연속 3%대 성장은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이는 국내뿐만 아니라 대외 경제여건이 그만큼 나빠지고 있음을 반영한 것이다.

성장률 전망치를 낮춘 주된 요인으로 한은은 심각한 고용절벽과 미·중 무역분쟁을 들고 있다. 한은이 전망한 올 상반기 평균 취업자 증가는 21만 명이다. 하지만 통계청이 엊그제 내놓은 결과는 14만 2000명에 그쳤다. 5개월 연속 증가폭이 10만 명 안팎에 머물면서 한은의 전망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고용상황으로만 본다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나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다 확산되고 있는 미·중 무역전쟁도 커다란 악재가 되고 있다. 보호무역이 확산되면 수출이 타격을 받고 투자까지 줄어들게 된다. 수출의존도가 유난히 높은 우리로선 무역전쟁이 본격화될수록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다. 결국 내부적으로는 극심한 고용부진, 외부적으로는 미·중 무역전쟁이 발목을 잡은 셈이다.

올 하반기 경제전망도 밝지가 않다.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부르짖고 있지만 업종부진과 구조조정 등으로 취업자 증가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이로 인해 한은도 올 취업자 증가폭을 연초 30만 명에서 18만 명으로 줄여 잡았다. 여기에 보호무역 확산과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도 변수다. 정부는 한은이 지적한 각종 리스크에 대한 대처방안을 서둘러야 한다. 2.9%로 낮춘 올 성장률 전망치를 또 하향조정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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