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트니 갤리번(왼쪽)은 2002년 종이를 12번 접는 데 성공했다. 사진은 11번 접은 상태며, 여기서 한 번 더 접을 수 있다. 오른쪽은 루오프 교수팀이 11번 접은 그래핀 복합체다.
브리트니 갤리번(왼쪽)은 2002년 종이를 12번 접는 데 성공했다. 사진은 11번 접은 상태며, 여기서 한 번 더 접을 수 있다. 오른쪽은 루오프 교수팀이 11번 접은 그래핀 복합체다.
UNIST 루오프 교수팀 12번 접은 적층복합체 만들어

종이 한 장은 얇고 약하지만, 여러 번 접어 두꺼워진 종이는 단단하다. 종이처럼 얇은 첨단신소재 그래핀도 접으면 접을수록 기계적 특성이 좋아진다. 최근 12번까지 그래핀 복합체를 접어 기계적 강도를 향상시킨 연구가 나와 주목받고 있다.

UNIST는 로드니 루오프 IBS 다차원 탄소재료 연구단장(UNIST 자연과학부 특훈교수)이 이끄는 연구진이 `접어서(folding)` 대면적 단층 그래핀과 고분자를 결합한 복합체를 효과적으로 만들었다고 12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2002년 미국의 고등학생이었던 브리트니 갤리반의 실험에서 비롯됐다. 당시까지만 해도 종이를 접을 수 있는 횟수는 최대 7번이라고 사람들이 여겼다. 산술적으로 종이를 7번 접으면 2를 7번 제곱한 128페이지에 달하는 두께가 된다. 이 두께의 종이를 다시 접는 건 어려운 일일 것이란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브리트니는 1200m 길이의 종이를 12번이나 반으로 접었다. 실험정신이 상식을 뒤집은 것이다.

루오프 교수는 이 실험에서 영감을 받아 그래핀 복합체를 만드는 방법으로 `접기`를 선택했다. 종이처럼 얇은 막 구조인 그래핀을 고분자 박막에 붙여서 12번 접어보기로 했다. 연구진은 화학기상증착법(CVD)로 제조한 A5 크기(가로 148㎜, 세로 210㎜)의 그래핀에 400나노미터(1㎚는 10억 분의 1m) 두께의 폴리카보네이트 필름을 코팅했다. 이 상태에서 12번 접는 데 성공해 `그래핀-폴리카보네이트 적층복합체`를 제조했다.

이 연구의 제1저자인 빈 왕 기초과학연구원(IBS) 연구위원은 "그래핀은 다른 판상 물질보다 훨씬 얇아서 고분자 박막에 붙여서 여러 번 접을 수 있었다"며 "12번 접힌 그래핀 복합체는 4096층(2의 12제곱)을 가진 약 3밀리미터(㎜) 두께의 흥미로운 덩어리 물질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완성된 그래핀 덩어리는 강성, 강도, 인성이 각각 73.5%, 73.2%, 59.1%만큼 향상됐다.

루오프 교수는 "이번 연구는 2차원 물질을 적층시켜 3차원 다층 복합체를 설계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특별한 기능성을 갖는 다양한 2차원 나노물질들을 결합해 에너지 저장과 변환, 열 관리 등으로 응용할 크기의 재료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용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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