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올 여름을 어떻게 보내는 지도 걱정이지만 집 걱정이 더 크다"며 "누가 와서 좀 고쳐주면 좋을텐데 어디에 얘기를 해야할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인근에 거주하는 B(69)씨의 사정도 비슷했다. 방 내부는 습하고 더운 공기 때문에 한증막을 방불케 했다. 선풍기를 틀어놓았지만 이마에 흐르는 땀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B씨는 "사정이 이렇지만 뭐 어쩔 수 없다. 그래도 자식들한테 얹혀서 민폐 끼치는 엄마가 되는 것보다 이렇게 사는 게 마음이 편하다"고 했다.
B씨가 사는 이 건물에는 화장실이 단 1곳 뿐이다. 여러 가구가 몰려 있어 이 때문에 세면과 용변 등의 용무를 공동으로 사용하고 있다. 해당 건물의 또 다른 주민은 "추워지면 화장실 물도 얼어 여간 힘든게 아니다. 그나마 여름이라 덥지만 살만은 하다"고 말했다.
`살인더위`가 본격화되며 정동 쪽방촌 주민들은 그 어느 때보다 힘겨운 날을 보내고 있다. 대전역 앞 높은 빌딩 뒷골목에 위치한 이곳은 오가는 사람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좁은 골목길로 들어서자 그늘밑에 쪼그려 앉은 노인 1명이 눈에 띄었다. "덥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이 곳엔 250여 세대의 주민이 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쪽방촌 주민들을 지원하는 대전시쪽방상담소 관계자는 "지난해처럼 한국자산관리공단에서 500만 원 정도를 지원받은 후에 후원물품을 정해서 주거민들에게 지원해드리려고 하고 있다"며 "올해는 아마 베개가 지원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곳은 65세 이상 노인이 70% 이상이고 80% 이상은 기초수급자나 차상위계층"이라며 "의료지원의 경우 우리와 연계돼 있는 보건센터와 협의해 종종 어떻게 지내시는지 체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호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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