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 기술보안 허술… 무효되는 사례 많아

중소기업 A사는 신기술을 개발하고, 특허출원 전에 B사와 물품공급 계약부터 체결했다. 그런데 A사는 계약서에서 비밀유지의무 조항을 빠뜨렸다. A사는 그 신기술로 특허를 받았지만, 무효심판 과정에서 특허출원 전에 비밀유지의무가 없는 B사에 제품을 판매한 사실이 밝혀지게 됐고 결국 신규성이 없다는 이유로 A사의 특허는 무효가 돼 버렸다. 중소기업 C사는 특허출원하기 전에 신제품에 대한 매뉴얼을 구매예정 업체인 D사 등에 제공했다. 그런데 C사는 그 매뉴얼에 대한 비밀유지 경고를 하지 않았으며, 그 매뉴얼에 `보안문서`로 인식할 만한 어떠한 표시도 하지 않았다. 그 때문에 C사는 특허 권리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이처럼 중소기업들이 어렵게 기술을 개발하고도 특허가 출원 되기 전 신기술의 비밀을 제대로 지키지 못해 허무하게 권리가 무효화 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12일 특허심판원(원장 고준호)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3-2017년) 비밀유지의무를 둘러싼 특허무효심판 총 61건을 분석한 결과 비밀관리가 소홀해 무효 처리된 특허가 29건(약 48%)에 달했다.

무효된 29건을 분쟁 당사자별로 보면, 중소기업끼리의 분쟁이 13건(45%), 중소기업과 개인 사이의 분쟁이 5건(17%), 중소기업과 해외기업 사이의 분쟁이 4건(14%) 등으로 중소기업과 관련된 사건이 대부분(79%)을 차지해 중소기업의 특허출원 전 기술보안 관리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허청 관계자는 "특허는 새로운 기술이어야만 주어지는데 이를 신규성 요건이라 한다. 다시 말하면 다른 사람에게 알려진 기술은 특허를 받을 수 없다는 의미다. 따라서 특허를 받았더라도 나중에 다른 사람에게 이미 알려져 있는 기술로 밝혀지면, 그 특허는 심판절차를 통해 신규성이 없다는 이유로 무효가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 특허의 무효심판 단계에서는 기업내부의 자료가 신규성 상실의 증거로 제출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한 기업내부의 자료가 빌미를 제공해 특허가 무효로 되는 것은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중소기업들은 무효심판 절차에서 요구하는 최소한의 기술보안 조치라도 취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특허청은 조언했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내부 자료에 비밀표시를 해 두거나, 사업제안서나 납품 계약서에 비밀유지 의무조항을 반드시 넣는 등의 조치가 일상화되도록 관리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특허청에서 제공하는 원본증명서비스와 계약서 표준서식 영업비밀보호센터(www.tradesecret.or.kr), 해외 파트너와의 원활한 기술협상을 위한 IP Business 계약서 가이드북 국제 지재권 분쟁정보 포털(IP-NAVI, www.ip-navi.or.kr)의 정보를 활용할 수 있다. 또 `영업비밀 유출분쟁 법률자문 지원제도` 및 전국 24개 지역 지식재산센터의 `중소기업 IP 바로지원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도 중소기업의 기술비밀 관리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용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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