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발생시 1차적으로 사건에 대한 조사와 심의를 하는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를 놓고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학폭위에 대한 불신은 재심청구 건수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데서 잘 드러난다. 대전에서 가해학생이 청구한 재심은 2015년 19건에서 2016년 24건으로 늘어났다. 지난해에는 징계조정 14건과 행정심판 20건을 포함 모두 34건이나 됐다. 피해학생 또한 2015년 19건이던 재심이 2016년과 지난해에는 각각 30건으로 증가했다. 재심 시 처음보다 감경받을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한 사례가 있음을 감안해도 학폭위의 한계를 보여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학폭위는 2003년 제정된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 따라 모든 초·중·고교에 설치된 기구다. 학교폭력 사건에 관한 한 경찰관과 학부모 대표 등 외부 위원들이 참여한 가운데 해결책을 찾도록 했다. 신고 사건을 조사하고, 징계 등 해법을 모색하는 게 주요 기능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정부 차원의 가이드라인이 미흡하다 보니 징계 수위가 들쑥날쑥해 불신을 샀다. 사소한 다툼을 벌인 학생이 엉뚱하게 학교폭력 연루자가 되고, 행정심판이나 소송으로 이어지기 일쑤였다. 이 과정에서 학교 현장의 혼란이 커졌고, 학교와 학부모 간 이견으로 갈등이 쌓이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교육당국은 학폭위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에 강화 방안 등을 제시했지만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 건 여전하다. 2012년 학교폭력예방법에서 가해자 처벌이 대폭 강화된 이후에도 혐의를 인정하는 대신 행정심판 청구 같은 법적 분쟁만 늘려 놓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여러 교육 단체에서 기회 있을 때 마다 개선을 촉구한 건 무엇을 시사하나. 예산을 뒷받침해서라도 학폭위 구성을 법조인이나 의료인, 전문상담가 등으로 확대하는 게 절실하다. 피해학생의 보호를 강화하고 가해학생에 대한 실질적인 처벌과 더불어 교육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차원의 제도 보완을 서두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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