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림과 드러냄의 미묘한 경계

히잡은 패션이다 김형준·서해문집 298쪽·1만6000원

히잡은 외부인이 보기에는 무슬림 사회가 남성 중심적 교리를 강제하는 수단으로 이해되지만 무슬림 여성에게는 또다른 의미를 갖고 있다. 문화인류학자인 저자는 현장에서 만난 인도네시아 무슬림 여성을 통해 히잡이 어떻게 패션이 됐는지를 보여준다.

히잡은 이슬람 사회의 변화와 긴밀한 관계가 있다. 근대에 접어들어 서구 지배에 반대하는 무슬림에게 이슬람은 서구와의 차별성을 보여주는 핵심 기제였고 서구의 식민 지배가 공고화되고 히잡 벗기기 시도가 가시화되자 히잡은 반식민투쟁의 상징으로 부상했다. 히잡 쓰기와 벗기에는 무슬림 여성이 직면한 다양한 현실 그리고 그에 대한 대응과 타협의 과정이 개입돼 있다. 이들은 이슬람 교리를 해석하고 실천하는 주체적 행위자라는 인식이 존재했다. 그들은 자신의 상황과 성향에 맞게 미적 실천을 추구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렇게 히잡은 여성의 미를 은폐하기도 하지만 그것을 드러내는 매개이기도 하며, 기존 질서에 대한 굴복이기도 하지만 그에 대한 저항으로 발전했다. 2000년대 들어 연예인 사이에서 히잡이 유행하고 중상류층 여성에게 고가의 히잡이 인기를 끌면서 패션으로서의 히잡 의복산업에서 중요해지기 시작했다. 히잡 착용으로 인해 종교를 삶의 원칙으로 받아들이고 내적 차원을 종교적으로 강조하기 때문에 그들은 아름다움을 거론할 때 내면의 미를 빼놓지 않고 언급한다.

저자는 은폐와 표현 사이에서 의존성과 행위자성 사이에서 착용과 미착용의 다의성을 탐구하면서 단순한 오리엔탈리즘적 시각을 벗어나도록 인도한다

이용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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